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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5개년 배당성향이 20.5%로 주요 대형 증권사들보다 10~15%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달리 말하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경쟁사보다 많이 남아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주주환원율을 높일 의지가 있을지가 주주가치 제고의 관건이다.
한국금융지주는 2005년 6월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을 합병하면서 탄생한 곳으로 메리츠금융지주와 함께 국내 양대 비은행지주회사다. 메리츠금융이 보험에서 잉태했다면 한국금융은 증권업 중심 금융지주로 시작했다.
휘하에 한국투자증권과 운용사들,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금융투자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금융의 주가 추이를 보면 2021년부터 계속 우하향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소 반등한 추세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0.48배로 메리츠금융지주(1.6배)는 물론 은행지주사인 KB금융지주(0.5배)보다도 낮은 편이다.
통상 증권사가 은행보다 좀 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투자지주가 은행지주보다 PBR이 낮다는 점은 의외일 수 있다.
저PBR주로 꼽힌 배경에는 낮은 배당성향이 한몫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5개년 배당 성향이 20.5% 수준이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보다 10~15%포인트 낮은 축에 속한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았던 2021년 기준 보통주는 6150원을 우선주는 6212원을 지급했으나 그 이후 2022년과 작년에는 배당컷이 이뤄졌다.
배당성향이 다소 낮은 편인데다 메리츠금융 같은 중기주주환원 정책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미온적이다. 피어그룹인 미래에셋증권이 2021년 발표했던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며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을 30%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유하던 자사주 140만주를 모두 소각하겠다고 선언했던 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경쟁사보다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주주환원율을 높일 의지가 있다면 가장 긍정적인 여건이 된다. 결국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의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추정치를 하회한 규모다.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별도)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분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스(PF) 관련 충당금과 해외투자 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다.
다만 그럼에도 자본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2021년 27.12%로 정점을 찍었던 한국금융지주의 ROE는 2022년 8.45%로 주저앉았으나 지난해에는 10.13%로 소폭 반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