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이 정원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낸다. 정 부회장의 지배력 거점인 중흥토건을 지주회사로 두고 계열사를 재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가운데 최근 중흥토건의 자회사 한 곳이 인적분할로 새로운 지주사업을 영위할 법인을 설립해 눈길을 끈다.
신설된 법인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계열사 이합집산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토건은 이달 초 새로운 자회사 '중봉홀딩스'를 편입했다. 자회사 지배 및 정리 등의 지주사업과 투자 및 관리, 경영자문 등이 주요 사업목적인 법인이다. 중흥토건의 자회사 중 하나인 중봉건설의 인적분할로 신설된 법인이다.
중봉건설은 건설 및 분양 사업을 영위하던 계열사다. 이달 초 인적분할한 중봉건설은 기존 사업은 존속법인이 영위하고 자회사 등의 지분을 투자하는 사업이 신설법인 중봉홀딩스로 이관했다. 존속법인과 신설기업의 분할비율은 0.5620818대 0.4379182다.
이번 인적분할로 중흥토건 아래에는 중봉홀딩스가 새로 편입됐다. 중봉홀딩스 이사회는 오해종 중흥토건 상무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한다. 여기에 조연호 중흥토건 사내이사와 임재훈 중흥건설산업 대표이사 등이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자회사 등에 투자하는 사업목적을 지닌 중봉홀딩스는 인적분할과 맞물려 중봉건설이 갖고 있던 세종이엔지 지분 100%와 중봉산업개발 지분 50%를 넘겨받았다. 세종이엔지는 화성봉담 일대에서 분양 사업을 영위한다. 중봉산업개발도 시행업을 주력으로 하며 최근에는 부산 중흥S-클래스 에코델타시티에 주력하고 있다.
편입한 계열사 사업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배구조 측면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돼 지배구조 재편 숙제를 안았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정창선 회장의 아들 정 부회장은 100% 지배력을 가진 중흥토건을 내세워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 숙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의 사업목적을 지닌 중봉홀딩스가 설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월 중흥토건을 지주회사로 내세웠지만 중흥그룹 내 계열사 출자 관계를 푸는 일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해 계열사 자금 대여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말까지 지배구조 재편을 마쳐야 하는 만큼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중봉홀딩스는 지주회사로 보긴 힘들다. 다만 중봉건설이 인적분할 직전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중봉홀딩스 자본금 규모를 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역할을 지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인적분할로 편입한 세종이엔지와 중봉산업개발의 지분의 자산총계가 2300억원을 넘는 등 중흥토건 자회사로 규모를 단번에 키운 상황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중봉홀딩스는 신설법인으로 자산총액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지주회사 중흥토건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해소를 위한 계획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