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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사외이사 전원 '회계사'로 이사회 재편

사외이사 인력뱅크 통해 신규 선임, 올 12월 거래소 재심의 앞둬

김지효 기자  2024-09-04 15:56:33

편집자주

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앞으로 약 3개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쌍방울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쌍방울은 지난해 7월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다행히 한국거래소가 올해 12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가까스로 상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폐가 결정된다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된다. 쌍방울은 발행주식의 87.96%를 소액주주가 들고 있다.

상폐 기로에 놓이면서 쌍방울은 변화를 진행 중이다다. 2개월 남짓 먼저 변화의 시동을 건 계열사 광림을 본보기 삼아 지난해 11월 거래소의 심의를 앞두고 이사회를 전면 교체했다.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교체됐을 뿐 아니라 사외이사 비중과 운영 방식 등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횡령과 배임이 문제가 된 만큼 사외이사도 전원 회계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기준 충족만 했던 기존 이사회

상법상 상장회사는 이사회 구성원 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된다.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경우에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하고 그 비중이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초과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사회가 교체되기 전 쌍방울 이사회는 사외이사와 관련해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쌍방울 이사회는 6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사외이사 등 총 8명으로 운영됐다.

사외이사가 있기는 했지만 이사회에서 그에 걸맞는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사회 출석률이 현저히 낮은 사외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던 맹주천 변호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2020년에는 8.6%, 2021년에는 0%, 2022년에는 59.25%를 기록했다.

맹 변호사는 김성태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사외이사를 맡아 독립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돼 9월까지 재직했던 사외이사 유영춘 변호사도 선임 이후 2차례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울러 맹 변호사는 쌍방울 사외이사를 맡기 앞서 계열사인 광림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방림 사외이사 또한 쌍방울과 광림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사회 사외이사 과반, '최대주주 영향력 덜받는' 사내이사 선임

쌍방울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이사회를 재편했다. 이사회는 총 7인으로,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는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준용한 수준이다.
*자료 출처=쌍방울 반기보고서.
사외이사는 기존과 달리 외부기관 추천을 받아 이뤄졌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운영하는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통해 후보군을 추천 받았다. 쌍방울보다 두 달 먼저 이사회를 새로 꾸린 광림 또한 외부기관인 코스닥 인력뱅크를 통해 이사진의 추천을 받아 새롭게 구성했다.

외부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들은 모두 현직 회계사들로 꾸려졌다. 강전영 사외이사는 이정회계법인 이사이며 김민우 사외이사는 이촌회계법인 파트너다. 최배성 사외이사는 인덕회계법인 이사, 심규택 사외이사는 새빛회계법인 파트너를 맡고 있다. 상폐 위기에 놓인 직접적 원인이 배임·횡령인 만큼 재무쪽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신규 선임된 사내이사인 이형석 대표는 쌍방울 전 총무인사팀 팀장이다. 박성호 사내이사는 쌍방울 길림법인 총경리를 맡고 있으며 문홍택 이사는 익산 공장장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문제가 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덜 받는 사내인사들로 선별해 선임했다"고 말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도 신설됐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부위원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올해 들어서는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추천위원회도 설치했다. 두 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해 사외이사의 영향력을 높였다.

쌍방울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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