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주력 계열사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통해 기업가치 누수를 차단했다. 주력 계열사의 밸류를 온전히 지주회사에 집중한 덕분에 회사 가치가 급등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늘고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액/지주사 자본총계)이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게 치솟았다.
한동안 국내 자본시장의 이슈 중 하나는 분할상장이었다. 고성장 사업부문이나 알짜 자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모회사에 집중된 기업가치의 누수가 이뤄지는 만큼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그런 점에서 주력인 보험·증권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메리츠금융은 상반된 행보를 걸었다. 포괄적 주식교환 형태로 작년 2월 메리츠화재를, 4월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고 상장 폐지시켰다. 이에 따라 두 회사에 실적은 지주사에 온전히 반영되고 밸류도 집중됐다. 또 메리츠화재가 신지급여력비율(K-ICS)나 해약환급금 준비금 이슈 등으로 배당이 제한되더라도 증권 자회사의 배당을 통한 재원 확보가 가능한 구조를 열어놨다.
당시 증권가에선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인해 3조원 중반대였던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가 8조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중기주주정책으로 배당, 자사주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51%로 높이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17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JPX 프라임 150' 같은 밸류업 지수가 향후 출시될 경우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의 편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재무나 자본적정성 지표 부담은 커졌다. 자회사 출자로 인한 외부차입 부담을 측정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2.4%로 국내 금융지주사 평균(112.2%) 대비 높은 편이다.
13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 자본총계 대비 자회사 출자총액으로 계산된다. 지주사가 외부차입을 무제한 끌어와 자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다. 메리츠금융의 자기자본은 2022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1조6161억원에서 작년 말 3조5346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자회사 출자총액도 1조7894억원에서 4조3254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인한 자회사 출자 외 메리츠캐피탈 지급보증,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 자회사 지원 관련 재무부담도 크다. 메리츠캐피탈에 제공한 지급보증 한도는 작년 말 1조원 가운데 5100억원이 실행됐다. 아울러 자회사 신종자본증권 보유잔액(메리츠화재·증권 발행분 총 3214억원)을 출자부담에 가산하고 자기자본에서 그룹 전체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5931억원)을 제하면 실질적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90%까지 치솟는다.
메리츠금융은 2022년부터 무보증사채, 기업어음(CP) 등 차입부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지급보증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 계열사에 대한 재무지원 부담은 지속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2021년 발표한 중기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인해 자본량 감소가 이뤄지면서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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