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 지원을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면서 주주환원 여력은 수년째 저하된 상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지주사 자본총계)은 규제한도에 근접해 있다. 최근 자회사들의 배당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나 주주환원 확대 행동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보면 128~129%로 규제기준(130%)에 근접하는 등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9월 말에는 127.8%로 다소 개선됐으나 12월 말에는 다시 129%에 이르렀다. 국내 금융지주사 평균이 114%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가 외부차입을 무제한 끌어와 자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다.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자회사 출자를 늘거나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아진다. 한국금융의 경우는 자회사 출자액이 증가했다.
2021년에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자회사에 2552억원을 추가 출자했으며 2022년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에 9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에는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 관련 30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에 각각 4200억원,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6월에는 한국투자증권에 4000억원을 증자해줬다.
출자 재원은 대부분 외부차입이나 자회사 배당수익이다. 지난해 자회사들에 투입된 1조 2600억원 규모 유증 자금도 한국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캐피탈로부터 받은 배당수익(각각 8402억원, 3800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주주환원 확대보다 자회사 지원에 여력을 쏟고 있다.
다행히 2018년 이후 배당수익 규모가 자회사 지원 규모를 웃도는 현금흐름이 지속되면서 차입부채 부담은 안정화됐다. 다만 2022년 이후 자금대여 및 유상증자 실행으로 자회사 지원 확대됨에 따라 차입부채는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기업의 주주환원 방식은 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다. 배당은 결국 자기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헐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자사주는 자본에서 차감되는 요소다. 주주환원을 늘리려면 자본 소진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금융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어느 정도 개선해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금융은 이번 2023년도 배당으로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캐피탈로부터 5153억원을 수취한다. 아울러 주주들에게 지급될 배당 규모는 1551억원 정도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현금유출 규모를 감안할 경우 올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약 123%로 작년 말(129.5%) 대비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배당 외에는 별다른 주주환원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로 거론되며 1월부터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물론 메리츠금융처럼 큰 폭의 상승은 아니지만 박스권 돌파는 의미가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려면 3년 평균 20.8% 수준인 주주환원율을 제고하기 위한 중기적 밸류업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