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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하나금융지주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행보에 맞춰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유지한 덕에 주주 환원 확대가 가능했다.
CET1은 금융사의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주주 환원 정책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과 더불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향후 금융사들이 지속적으로 주주 환원율을 높여 나가기 위해선 해당 지표 개선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 지주들은 CET1 기준치 초과분을 주주 환원 재원으로 배정하는 식의 선순환 정책을 내걸며 저평가 해소에 적극 나섰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7일 "지난해 직전년도 대비 실적이 감액됐음에도 주주 환원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기간 CET1 비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통상 순익 확보에 따라 잉여금이 증가하면 CET1도 늘어나는데 향후 초과분을 주주 환원 재원으로 어떻게 얼마나 쓸지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CET1은 지난해 소폭 상승했다. 당해 말 13.22%로 전년 말(13.16%)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평소 자본 관리 목표치는 CET1 13~13.5%로 잡고 있다. 현재 은행의 최소 보통주자본비율인 8%를 기초로 경기 대응 완충, 위기 상황, 환율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 이같은 수치를 설정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까지 CET1은 계속해서 12%대에 머물렀으나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통해 목표치를 회복했다.
CET1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주주 환원 방향성도 결정할 계획이다. CET1 목표치를 준거로 구간 내 포함 혹은 초과시 각각 다른 주주 정책 시나리오를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CET1 13.5% 초과시 초과분 전량을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목표치 구간 내 상황에서도 환원 규모는 상이할 전망이다. 전년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향후 배당 기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지주는 다소 소극적인 배당 정책을 견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3개년도간 연 현금 배당금(분기 배당+기말 배당)은 3100~3400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분기 현금 배당액을 전년대비 약 130% 늘리며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으나 동시에 기말 배당을 큰 폭으로 줄여 결과적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렇다 보니 배당성향은 장기간 20%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배당 규모를 결정하는데 있어 CET1이 가장 직결된 지표다 보니 세부적인 배당 정책도 이에 맞춰 집행될 것"이라며 "보통 시장에서 은행은 고성장주라기 보단 배당주로서 메리트를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시기 정부에선 은행을 대상으로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주문했고 이와 관련한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간 금융주가 밸류에이션(시가총액) 디스카운트될 여지는 높았던 상황"이라 설명했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초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음에도 배당수익률은 견조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6일) 종가를 지난해 전체 현금 배당액(9790억원)에 대입해 계산하면 현 시점의 배당수익률은 5.6%다. 지난 몇 년간 하나금융지주 배당수익률은 5~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