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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관리 전략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전액 차환' 선택 이유는

⑬감독제도 변경으로 지급여력비율 하락…가용자본 최대한 유지·관리 전략

강용규 기자  2024-07-26 09:35:10

편집자주

지난해 보험업계에 밀어닥친 회계기준 변경의 충격은 보험사들이 안고 있는 자본관리 과제에 무게를 더했다. 약점 보강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장기적인 자본관리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이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과 효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본다.
한화생명이 기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 도래에 맞춰 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전액 차환으로 대응했다. 이를 통해 가용자본의 양적 감소와 질적 저하의 여지를 동시에 차단했다.

과거 한화생명은 기존에 발행한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 도래에 일부 자체자금을 통한 상환과 차환을 섞어 대응하며 외부 조달자본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 도입 이후 감독제도의 변경으로 인한 회계 변동성이 지속되자 자본적정성 지표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본성 증권 대응전략 변경, 지표 하락 방어효과

한화생명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일은 2054년 7월17일이며 발행일로부터 5년 이후 콜옵션 조항이 붙어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쓰이며 자본확충에 따라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이 올 1분기 말 기준 173.1%에서 177.3%로 증가한다는 것이 한화생명 측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급여력비율의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화생명은 2019년 7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으며 이달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2019년 7월 발행분의 전액 차환 용도나 다름없다.

앞서 한화생명은 2017년 4월 발행했던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기를 2022년 4월 맞이했다. 당시 한화생명은 일단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뒤 그 해 6월 4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빠져나간 자본을 보강했다. 실질적으로는 4000억원의 차환과 1000억원의 상환으로 볼 수 있다.

한화생명은 2018년 4월 발행했던 10억달러(1조673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2023년 4월 콜옵션 시기 도래에도 우선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뒤 같은 해 8월 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일부를 만회했다. 5000억원의 차환과 5673억원의 상환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기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차환과 상환을 병행해 오던 한화생명이 올해는 전액 차환으로 대응한 이유는 지급여력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183.8%에서 올해 1분기 173.1%로 10.7%p(포인트) 하락했다. 가용자본이 20조7087억원, 요구자본이 11조963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만약 한화생명이 2019년 발행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없이 전액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가용자본이 20조2087억원으로 줄어 지급여력비율은 168.9%까지 낮아진다. 1분기 기준으로 차환 1000억원당 비율지표 0.8%p가량을 보전한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도 변화에 회계적 변동성…가용자본 유지에 중점

한화생명은 지난해까지 지급여력비율 목표를 연말 기준 190%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말 목표를 180%로 하향했다. 전년 말 대비 지표가 눈에 띄게 하락하자 목표를 현실화한 것이다.

다만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 하락은 한화생명의 실책이라기보다는 당국의 제도 변경 탓이 더 크다. 당국은 장기선도금리(LTFR) 조정폭을 기존 0.15%에서 0.25%로 확대해 보험부채의 장기 할인율 인하를 가속화하는 부채 현실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보험부채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받았다. 한화생명의 경우 가용자본이 전년 말 20조9793억원에서 올 1분기 20조7087억원으로 271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 IFRS17의 도입 이후 당국의 감독제도는 갈수록 세밀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회계추정치를 산출하기 위한 계리적 가정을 전진법으로 통일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설정됐고 올해는 보험부채 현실화 방안에 더해 책임준비금을 보험금 지급의무 발생일 기준으로 고정하는 손해진전계수 산출기준도 확립됐다.

이러한 제도 변경들은 장기적으로 업계 차원의 회계 정밀성과 통일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지만 개별 보험사들에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기도 하다. 한화생명이 자본성 증권의 차환과 상환을 혼합하는 기존 전략에서 올해 전액 차환으로 선회한 이유도 변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용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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