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저축은행이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4분기 중으로 한화저축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할 계획이다. 이로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은 한화그룹 내 모든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화저축은행의 계열사 편입이 한화생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업권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져 한화저축은행이 연결 손익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저축은행의 반등으로 김동원 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주주 한화글로벌에셋→한화생명 교체 예정 한화저축은행의 모태는 1983년에 설립된 삼화상호신용금고다. 한화저축은행은 세 번의 대주주 교체를 거쳐 현재 한화글로벌에셋의 완전 자회사로 있다. 2008년 한화그룹이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대주주는 제일화재였다. 제일화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전 이사회 의장이 운영했던 기업이다.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의 적대적 M&A를 추진하자 김 회장이 백기사로 나서 제일화재와 함께 한화저축은행도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한화저축은행은 그룹 금융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한화솔루션의 계열사로 남아 있다. 총 7개 금융 계열사 중에서 한화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한화생명의 종속회사다. 한화생명의 한화손보 지분율은 63.3%이며 한화자산운용은 100% 자회사다. 캐롯손보는 한화손보를 통해,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도 인수하면서 지배구조 재편이 예상된다. 당초 한화그룹은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했으나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대주주 변경으로 선회했다. 한화생명은 연내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다. 기존 대주주인 한화글로벌에셋과의 사업 연계성을 고려해 교통정리가 필요했던 터다. 한화글로벌에셋은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올해 한화솔루션에 흡수 합병될 예정이다.
한화저축은행의 인수로 한화그룹은 3세 경영 승계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계열 일원화로 김동원 사장은 그룹 내 모든 금융 계열사를 품게 됐다. 한화생명이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김동원 사장은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김동원 사장은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인도네시아 은행업 진출 등 글로벌 사업부문을 커버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 저축은행 반등으로 경영 능력 입증할까 한화생명은 한화저축은행을 품게 되면서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한화저축은행 역시 부동산PF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상반기 기준 부동산PF 규모는 946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137억원이 고정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10.31%로 상승했다.
연 200억원이 넘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26억원으로 급감했다. 비록 순이익은 떨어졌지만 한화저축은행은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있었다. BIS비율은 15.5%로 금융당국의 권고하는 11%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 순이익은 상반기까지 47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 기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점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한화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237억원으로 전체 60%가량을 차지했다. 이중 중소기업대출이 5628억원 규모다. 상대적으로 부실 우려가 큰 중기대출 비중이 높아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도 12.81%로 상승했다.
한화손보 출신인 강성수 한화저축은행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강 대표는 한화증권으로 입사해 지주 재무담당(CFO)과 한화손보 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화생명의 재무적 지원을 비롯해 방카슈랑스, 주식담보대출 등 계열사와의 연계 영업을 기대할 수 있다. 강 대표의 임기는 내년 정기주주총회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