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는 시장에서 만년 저평가를 받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미만과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미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며 PBR과 PER도 동반 상승했지만 분쟁이 마무리되자 이내 하락했다. 시장의 기본적인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앤컴퍼니는 중간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매년 주당배당금도 꾸준히 늘리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로 오랜 저평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국앤컴퍼니의 PBR은 0.39배, PER은 9.05배다. PBR은 주당순자산, PER은 주당순이익과 비교해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다. 일반적으로 PBR과 PER이 1배와 10배 미만이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지난달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한 정부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저평가 이슈는 오래된 문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PBR을 나열하면 0.53배, 0.43배, 0.42배, 0.43배, 0.35배, 0.38배다. 2018년만 제외하고 모두 0.5배 미만이었다. 같은 기간 PER도 8.98배, 6.38배, 8.88배, 8.50배, 6.66배, 8.92배로 늘 10배 미만의 저평가 수치를 보였다.
이 기간 회사에 큰 이벤트가 없던 건 아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2021년 당시 조현식 부회장(현 고문)과 조현범 사장(현 회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고, 이후 2022년 조현범 회장과 안종선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다시 변경됐다. 차남인 조 회장으로 승계가 결정됐다.
사업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1년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합병해 에너지솔루션 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사업형' 지주사로 변신했다.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는 자동차와 산업용 축전지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담당한다.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21.8%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했다.
실적도 준수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65억원으로 2016년 2615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방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에 발맞춰 그룹 전체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산총계도 4조6409억원으로 외형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시장 평가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말 조 고문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착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PBR과 PER이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약 보름 만에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서 주가와 PBR, PER 모두 과거 수준으로 곧장 떨어졌다.
한국앤컴퍼니의 오랜 저평가 원인으로는 '더블 카운팅'이 꼽힌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모델솔루션 2곳이 더 상장해 있다.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국내 1위 타이어 제조사이자 그룹의 캐시카우다. 투자자의 관심과 투자금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주사와 계열사 모두의 기업가치를 하락하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더블 카운팅을 해소하기 어렵다면 이를 뛰어넘는 투자 포인트를 만들어낼 필요성이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답변은 주주환원 확대다. 5년간 주당배당금을 300원에서 700원으로 2.3배 늘렸고 중간배당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달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도입을 위한 정권 변경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별개로 오랫동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고민해왔다"며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중간배당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중간배당 시점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