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KCC그룹은 KCC, KCC글라스, KCC건설을 각각 이끄는 정몽진·몽익·몽열 삼형제의 독립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요 3개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다만 최대 내부거래처를 보면 KCC→KCC글라스→KCC건설→KCC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를 그리고 있다.
반면 KCC그룹 회장일가의 친족회사인 세우실업과 동주는 여전히 그룹의 일감을 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세우실업은 KCC글라스 등 계열 의존도가 90%를 웃돌고 있으며 그 자회사인 동주는 KCC 일감이 매출의 절반가량이다.
◇KCC→KCC글라스→KCC건설 다시 KCC로 이어지는 내부거래 구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23년 KCC그룹 주요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KCC, KCC글라스, KCC건설 등 그룹의 3대 주력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범 현대가로 분류되는 KCC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인 고 정상영 명예회장이 1958년 설립한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가 모태다. 이후 고려화학과 합병해 탄생한 금강고려화학이 현재의 KCC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2세 승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자식들 사업영역 교통정리를 단행했다. KCC는 약 20년간 공동운영했던 정몽진 회장에게, KCC글라스는 정몽익 회장에게, KCC건설은 정몽열 회장에게 맡겼다. KCC그룹 삼형제는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어 독자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내부거래 비율은 이 같은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KCC의 국내외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총매출 대비 5.7%, 최대 거래사는 KCC글라스로 작년 한해 523억원 매출이 여기서 나왔다. KCC건설의 경우 내부거래 비율은 4.8%, 최대 거래사는 KCC(922억원)다. KCC글라스 역시 내부거래 비율이 2.1%에 불과하며 최대 거래처는 KCC건설이다.
특이한 점은 최대 내부거래처가 KCC→KCC글라스→KCC건설에서 다시 KCC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다. KCC는 KCC글라스에 석고보드나 페인트 등 건축용 내·외장재 등을 팔고 KCC글라스는 KCC건설에 건축용 유리나 내·외장재를 제공한다. KCC건설은 KCC에 김천공장 증설이나 양정 포레힐즈 스위첸, 두류파크 스위첸의 발코니 공사를 해주고 매출을 낸다. 비록 전체 매출 대비 한 자릿수 비중이지만 KCC 삼형제 간에 일감 중 일부가 서로 돌고 도는 구조다.
◇외삼촌 회사 '세우실업·동주' KCC그룹 일감에 의존
KCC 삼형제 간에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친인척 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회장 삼형제의 외가 쪽 회사인 세우실업과 그 자회사 동주가 대표적이다. 세우실업은 정 회장의 모친인 조은주 씨의 동생, 즉 외삼촌인 조병태 대표의 회사다. 조 대표가 지분 63.9%, 배우자인 유제희 씨가 23.5%를 갖고 있다.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용기 등을 제조하는 세우실업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73억원, 그 중 50억원이 KCC글라스에서 나왔다. 계열사향 매출은 92.3%에 이른다. 세우실업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골판지 등 제조사 동주는 작년 별도기준 매출 200억원 가운데 52.6%(105억원)가 계열사향 매출이다. 최대 거래처는 KCC(92억원)다.
세우실업, 동주와의 거래는 대부분 수의계약 형태이며 스페이서 같은 고무자재와 골판지 가공제품이 주요 거래대상이다. 두 회사는 KCC와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혈족 4촌·인척 3촌 등 친족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공정위는 계열사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