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백색가전업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LG전자와 월풀의 보상정책을 관통하는 화두는 '성과 촉진'이다. 이사회 구성원을 포함한 임원이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매진해 사업 목표에 부합하거나 초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다만 두 회사의 보상정책 결정적 차이는 보상 방식에서 드러난다. 월풀은 성과조건부주식(PSU)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을 활용한 주식 기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현금 지급에 국한된 LG전자와 대조적인 양상이다. 상여 책정에 쓰이는 계량지표 역시 LG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에 초점을 맞춘 반면 월풀은 잉여현금흐름(FCF), 주당순이익(EPS), 투하자본이익률(ROIC)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LG전자, 이사진 보수 중 사내이사 수령액 '90%' LG전자가 공시한 반기·사업보고서 등을 살피면 올해 상반기에 이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한 보수는 26억9200만원이다. 주주총회를 거쳐 승인된 보수 한도 80억원과 견줘보면 33.7%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2500만원과 견줘 20.9%(4억6700만원) 불어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이사진 7인이 수령한 금액은 35억5500만원이다.
이사들이 수령한 총액을 살피면 사내이사들이 받은 금액 비중이 대부분을 구성한다. 올 1~6월에 사내이사 2명이 받은 보수가 24억8800만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92.4%를 차지했다. 나머지 2억400만원(7.6%)만 사외이사 4명의 몫이었다.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 역시 12억4400만원으로 사외이사 1인 평균 5100만원의 24배를 웃돌았다.
사내이사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이 받은 금액이 이사회 구성원 7인 중 단연 많다. 올 상반기에 22억1200만원을 수령했는데 2023년 1~6월에 받았던 15억6100만원과 비교하면 41.7%(6억5100만원) 불어났다. 성과 인센티브가 조 대표의 보수 증대에 주효했다. 책정된 상여금이 7억8000만원에서 14억3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대목이 방증한다.
임원보수규정 가운데 성과인센티브 규정을 근거로 삼아 연봉의 최대 150% 수준까지 상여금을 지급한다. 금액을 평가하는 기준을 살피면 △재무 성과 △장기적 미래 준비 △인재 육성 등이 포함돼 있다. 세부 지표로는 경쟁 성과, 전략 과제 이행도, 조직 역량 강화 실적, 사업가 육성 등을 명시했다. 재무 성과 분야에서 가장 중시하는 지표가 매출과 이익의 목표 대비 달성도 항목이다.
LG전자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조 대표에게 14억원대 상여금을 책정한 사유로 "2023년 전사 매출 84조2278억원, 영업이익 3조5491억원, 영업이익률 4.2%를 달성했다"며 "질적 성장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성장동력 사업 구체화 및 선행기술 확보, 고객 여정 전반의 능동적 고객경험 혁신,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혁신 가속화 등의 비계량지표 성과도 고려했다"고 기술했다.
이외에 매달 수령하는 급여는 △물가상승률 △사업환경 △책임 범위 △경영 난이도 △생산성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한다. 직무와 직책을 감안해 지급하는 역할급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사업 규모와 경쟁 강도 등의 요소를 반영하는데 조 대표의 경우 올해 연봉이 6500만원, 역할급 총액은 6500만원으로 결정됐다.
주식 형태의 보상책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나 2005년 당시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제한기간인 3년간 주가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면 부여된 수량의 50%만 행사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성과연동형 스톡옵션제는 충분한 보상 효과를 수반하지 못했다. 2005년 이래 2008년까지 LG전자 주가가 11% 오르는데 그친 반면 종합주가지수가 68%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식 기반 인센티브 정책은 자취를 감췄으나 올 5월 조 대표가 "인공지능(AI) 분야 전문성을 지닌 인재가 원한다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보상 제도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월풀 상여 계량지표 'FCF·EPS·ROIC' 다양 월풀은 이사회 산하 인적자원위(Human Resources Committee)가 펴내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임원에 대한 보상 정책과 보수 집행 내역을 공개해 왔다. 올 초 공시한 2023년도 자료를 살피면 지난해 사내이사 마크 비처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12인(퇴임 이사 포함) 등 이사회 구성원들이 받은 금액은 1688만달러(225억원)로 집계됐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사내이사에 지급된 보수 비중이 사외이사진을 압도했다. 월풀 이사회의 유일한 사내이사인 마크 비처(Marc Bitzer)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 총액은 1350만달러(180억원)로 이사진 전체 수령액의 79.9% 규모를 차지했다.
마크 비처 회장이 받은 보수 내역을 살피면 현금보다 주식 기반 보상액이 두드러진다. 급여(131만5000달러)와 단기 성과 인센티브(84만1600달러) 등 현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215억6600만달러(29억원)로 집계됐다. 성과조건부주식(PSU)과 스톡옵션 등 주식과 연관된 금액은 1001만7499달러(134억원)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진에게도 한 사람당 14만9920달러(2억원) 규모의 주식이 일괄적으로 부여됐다.
이사회 구성원에게 주식 보상을 강구하는 건 주주 이익 증진에 역점을 두는 월풀 경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블랙록, 뱅가드그룹 등 다수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임원과 주주의 이익을 합치시켜 월풀의 주가 상향을 한층 촉진하는 취지다.
상여 책정 근거가 되는 계량지표 역시 LG전자와 견줘 다양한 편이다. 현금으로 주는 단기 인센티브의 경우 세전영업이익(50%)과 FCF(50%)를 평가 요소로 활용한다. 장기 인센티브 가운데 스톡옵션 부여 기준은 주가 상승률을 핵심 지표로 설정했다. PSU의 경우 성과 평가 기간 3년 동안 누적 EPS(50%)와 ROIC(50%)를 기준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