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조직인 이사회는 중요 사안을 검토하고 가부를 정하는데 매진한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 구성원의 활발한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아의 이사회 인사들의 경우 2023년 평균 회의 출석률이 100%에 근접할 만큼 성실성이 돋보였다.
이사회 업무를 뒷받침하는 소위원회 운영을 살펴보면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광폭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 연간 7회 회의를 열고 의안 29건을 승인하거나 보고 받으면서 4개 위원회 중 가장 활발한 운영 실태를 드러냈다. 내부거래, 윤리경영 의제에 국한하지 않고 중고차 인증사업,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령) 가입현황 등 다양한 안건을 심의했다.
◇일주일 전 안건 통보, 평균출석률 100% 근접 THE CFO는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주요 기업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의 6대 지표를 토대로 기아의 이사회 운영 실태와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255점 만점에 199점을 시현했다.
총 40점이 배정된 참여도 영역에서 기아는 33점을 받았다. 5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4.1점인데 경영성과(4.6점)과 정보접근성(4.5점)에 이어 세번째로 점수가 높게 측정됐다. 전체 8개 문항 가운데 사외이사 후보 풀(pool)에 대한 관리 활동 수행, 이사회 회의 참석률, 의안 사전 통지를 둘러싼 항목에서 최고점을 획득했다.
지난해 기아는 정기 4회, 임시 5회 등 9회에 걸쳐 이사회 회의를 소집했다. 한 해 동안 안건 28건을 승인하고 7건을 보고 받았다. 심의한 주요 의안 중에는 △카자흐스탄 투자계획(1월) △오토랜드 화성 목적기반차량(PBV) 공장 신설(2월) △해외계열사 증자 참여(4월) △배터리사 신공장 건설비용 대여(10월) 등 본업 연관성이 깊은 안건들이 눈에 띈다.
기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회의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이사진에게 통보됐다. 정관 제32조 3항에서 "이사회를 소집할 때에는 7일 전까지 각 이사에게 소집을 서면, 전자문서 또는 구두 등의 방법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한 대목이 방증한다. 이사회 규정 제8조에도 회의 7일 전까지 개별 이사에게 개최 시기, 장소와 안건을 기재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사진의 평균 출석률은 우수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정기회 97%, 임시회 96%로 집계됐다. 송호성·최준영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주우정 재경본부장 등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홉 차례 열린 이사회에 빠짐 없이 참석했다. 전찬혁 세스코 회장과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2023년 3월에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연말까지 7회에 걸쳐 열린 이사회 회의에 모두 참여했다.
◇감사위 '3개 부서' 조력, 사외이사 교육 '사업설명·현장시찰' 병행 다만 사내이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2023년 연간 이사회 출석률은 77.8%를 기록했다. 4월 25일과 12월 20일 열린 이사회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통신수단으로 참가하는 경우 이사회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중요한 대외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이사회 회의에 원활히 임하기 어려웠다.
4월 이사회 당일 정 회장은 경제 사절단 일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12월 이사회가 열린 날에는 서울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제4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여해 중국 경제계 인사들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공장 'HMMR' 지분 매각안이 단독으로 상정됐지만 이사회 회의에 함께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 회의 내역을 살피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회, 보수위원회는 1회 회의를 열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운영이 단연 활발한 양상을 드러냈다. 내부거래 투명성과 주주권익 보호를 염두에 두고 발족한 기구로 특수관계인 거래, 윤리경영, 안전·보건 등의 안건을 검토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지속가능경영위는 지난해 7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가운데 승인(13건)하거나 보고(16건) 받은 안건이 29건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증자부터 중고차 인증사업 진행현황, 한국경제인협회 회원 가입 현황, 중대재해 발생 내용 등 다양한 사안을 살폈다.
감사위 활동 역시 충실히 이뤄졌다. 분기마다 회의를 한 차례 이상 개최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7회 소집했다. 외부감사인 자문용역과 감사계획 승인, 결산과 경영현황 검토 등을 살폈다. 감사위원들의 업무를 조력하는 부서로는 투명경영지원팀, 회계팀, 재경기획팀 등 3개 부서가 포진했다.
투명경영지원팀은 감사위 회의를 준비하고 교육·세미나 기획, 회사 현안을 둘러싼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회계팀은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를 보조하고 재경기획팀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교육을 지원한다. 다만 2023년 감사위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이 단 한 차례 열린 영향으로 감사위 지원조직과 별도 교육과정에 관한 문항 평점이 2점으로 분류됐다.
기아는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이 2023년 3회 열렸다고 공시했다. 주로 사업 브리핑과 경영현장 시찰에 주안점을 둔 모양새다. 작년 1월 사외이사 5인 전원이 미국 조지아 공장과 로봇·모빌리티 사업장을 방문해 해외 사업을 둘러싼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4월에는 'CEO 인베스터 데이(CID)' 행사 내용을 청취하고 10월 들어서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 현황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