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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신한벽지에 자리잡은 정태선 대표

①KCC의 신한벽지 인수에 개인 자격 참여…누적 115억 출자 3대 주주로

이민호 기자  2024-08-13 07:50:13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KCC가 인수한 신한벽지 지배력의 중심에는 정태선 대표이사가 있다. 정인영 HL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정몽진 KCC 회장과는 5촌 지간인 정 대표는 신한벽지를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누적 115억원을 출자해 3대 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소유와 경영을 모두 잡고 있다.

신한벽지가 KCC그룹에 편입된 것은 2022년 5월이다. KCC는 KCC글라스, HL디앤아이한라(HL D&I 한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한벽지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신한벽지 지분은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SPC(글로벌아트월)가 98%, 김승대 전 신한벽지 대표이사가 2%를 보유하고 있었다.


KCC 컨소시엄은 SPC(케이씨더블유·KCW)를 설립하고 이 SPC가 신한벽지 지분 100%를 인수하도록 구조를 짰다. SPC를 설립한 이유는 인수금융 조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KCC가 155억원, KCC글라스가 65억원, HL디앤아이한라가 100억원을 출자해 SPC가 설립됐다.

이 컨소시엄에 개인주주 자격으로 참여한 인물이 정태선 신한벽지 대표이사다. 정 대표는 KCC 상무로 재직하다가 SPC의 신한벽지 지분 100% 인수와 동시에 신한벽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정 대표는 SPC 설립 때 80억원을 출자했다. 이에 따라 SPC는 자기자본 400억원으로 출발했다.

정 대표는 KCC(38.75%)와 HL디앤아이한라(25%)에 이어 지분율 20%로 SPC의 3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SPC가 신한벽지 지분 100%를 보유하므로 사실상 신한벽지의 3대 주주다. 향후 인수금융이 모두 상환되거나 잔여 인수금융을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할 시기에 이르러 신한벽지가 SPC를 역합병하면 정 대표는 신한벽지의 3대 주주가 된다.


범 현대가로 분류되는 정 대표는 정인영 HL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의 장남이다. 정인영 명예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형제이며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이 정몽진 KCC 회장이다. 결국 정 대표는 정몽진 회장과는 5촌 관계가 된다. 정 대표는 HL그룹 계열 주요 상장사인 HL홀딩스, HL만도, HL디앤아이한라에 지분이 없으며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도 않다.


SPC는 자기자본에다 인수금융을 더해 신한벽지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 대출약정 한도는 1097억원이며 만기는 2027년 3월로 설정됐다.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신한은행 등 10곳 금융기관(이중 1곳은 유동화회사)이 대주로 참여했다. 지난해말 대출잔액은 1008억원이다.

이 대출에 대해 1480억원(장부금액 기준) 규모 신한벽지 주식이 담보로 제공됐다. 이외에 추가로 제공된 담보는 없다. 지난해말 SPC의 자산총계는 1480억원이며 이중 신한벽지 주식이 1480억원이다. 보유하고 있는 신한벽지 지분 100%가 모두 담보로 제공된 것이다.

정 대표는 신한벽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보태고 있다. 올해 5월 SPC는 17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신주발행가액은 312만5000원으로 약 2년 전 SPC 최초 설립 때 매겨진 단가와 같았다. 지분율에 따라 KCC가 68억원, KCC글라스가 28억원, HL디앤아이한라가 44억원을 출자했으며 정 대표도 35억원을 출자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였으므로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말 SPC의 부채총계는 인수금융(1008억원)을 포함한 1024억원인 반면 자본총계는 주주 출자금(400억원·자본금+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56억원)을 포함한 456억원으로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224.5%였다. 하지만 이번 175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이 그만큼 확충되면 자본총계는 631억원으로 늘어 현재 부채총계 수준에서 단순 계산하면 부채비율은 162.3%로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SPC는 유상증자에서의 자금조달 목적을 전액 운영자금으로 제시했다. 애초 유상증자 자금은 신한벽지에 대한 출자나 인수금융 일부 상환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금조달 목적을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으로 제시하면서 유상증자 자금은 인수금융 일부 상환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다.

유상증자 자금 전액을 인수금융 일부 상환에 쓴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 계산하면 자본총계가 631억원으로 늘어나는 대신 인수금융 잔액이 833억원으로 감소해 부채총계가 849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34.5%로 하락할 전망이다.

KCC그룹 측은 "정태선 대표의 출자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코멘트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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