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타이어 제조 그룹 '한국앤컴퍼니'의 내부거래 비중이 셀트리온에 이어 국내 대기업 중 2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판매법인이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마무리 지어 올해부터는 내부 거래 비중이 줄어든다. 사실상 한국타이어가 국내 대기업 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다.
한국타이어의 내부거래는 해외 법인과 매출에서 발생한다. 국내 계열 법인 간 매출로 따지면 내부거래 비중이 미미하지만 해외로 기준을 넓혔을 땐 큰 폭으로 뛰어오른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의 비금융 계열 법인 내부거래액은 총 3조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해 그룹 전체 매출액이 4조2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크다. 구체적으로 그룹 총 매출의 76%가 대내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룹 내부거래액이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으론 집계 방식 변화가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22년까진 국내 계열 법인 간 거래액만 집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해외 계열사로 집계 범위를 확장, 결과적으로 한국앤컴퍼니 그룹이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비금융법인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총 2조3400억원으로 집계된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를 비롯해 사업 법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20여개 주요 국내 계열사 해외 계열사향 내부거래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그룹 전체 매출액과 단순 비교하면 절반 이상의 영업 수익을 해외 법인에서 거둬들였다. 비중으로 따지면 약 55%다.
이는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수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계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액을 집계한 결과 국내외 계열사 전체 내부거래액 비중 기준 한국앤컴퍼니 그룹(62.3%)이 셀트리온(62.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삼성(50%), LG(35%) 그룹을 앞질렀다. 이 당시 한국앤컴퍼니 그룹이 국내 계열사간 내부거래액만 집계했을 때 57위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해외 법인과의 내부거래 비중만 따로 떼어보면 전체 대기업집단 중 1위다.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 세부 내역을 보면 대부분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그룹 비금융법인에서 발생한 전체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의 97%다. 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산하 해외 현지 자회사가 다수 포진한 영향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80개 이상의 타이어 제조·판매 글로벌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미국 법인인 'Hankook Tire America Corp' 대상 매출을 8300억원 가량 인식됐다. 이는 당해 매출의 10% 수준이다.
다만 내부거래 자체만 놓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긴 어렵다. 제3자 대비 더 유리한 조건에서 내부거래를 진행하는 등의 특정한 의도나 목적이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총수 개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내부거래와는 거래 방식이나 내용이 사뭇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발생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지원 행위들이 밝혀져야 판단할 수 있다"며 "특수관계 법인과 일반 법인 간 거래 조건을 검증하는 등 보통 비교 대상을 두고 제재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 측은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와 관련해 "담당자가 부재 중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