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차량용 부품 전문 그룹 'DN'이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을 대거 인식하고 있다. 해외에서 잡히는 단일 매출 가운데 기업집단 내 계열 법인 간 거래분이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반 이상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집단 내 드라마틱한 순위 변동으로 이어졌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만 따졌을 때 DN은 전체 대기업 집단 중 하위 10% 수준에 머물렀지만 국외 내부거래액까지 범위를 넓히자 단숨에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DN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넘기며 처음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DN은 지난해 해외 계열사 단일 내부거래액으로 총 1조2000억원을 인식했다. 그룹 내 주요 비금융 법인 3곳의 전체 내부거래분이다. 해외 현지 법인 15여곳과의 상호 거래를 통해 해당 매출이 인식됐다. 이는 그룹 전체 발생 매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당해 그룹 총 매출이 2조7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44% 규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액을 집계할 때 국내 계열 법인 간의 상호 거래분만 파악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해부터 대상을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도 확장했다. 종전과 같은 상황에선 미미했을 DN 그룹 내부거래 수치는 새로운 분석 조건 하에서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구체적으로 국내 계열 내부거래 단일 환경에선 전체 대기업 집단(82개) 중 76위었던 DN 순위가 국외로 범위를 확장했을 때 8위로 변경됐다.
DN은 지난해 사업연도를 기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신규 포함됐다. 당해 공정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대로 집계되며 국내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액 집계 방식 변화 시점과 대기업집단 진입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해외 계열 법인 내부거래 인식 배경으론 인수합병 활동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2년 DN 그룹이 진행한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인수 건이다. 해당 시점부터 국외 계열사 내부거래가 상당액 잡히고 있다. 그룹 내부거래액 총액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이 인수합병이 진행된 당해 DN 그룹은 해외 법인 내부거래 기준 굵직한 기업집단을 제쳤다. '한국앤컴퍼니(58.5%)'와 '삼성(50%)'에 이어 해외 계열사 단일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가 그룹 총 매출 가운데 42%를 차지했다. 이 시기 분석 대상 대기업 집단 전체 국외 계열사 평균 내부거래 비중(21%) 대비 2배 더 많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부분 자회사 DN솔루션즈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 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8000억원대 내부거래액이 잡히고 있다. 총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 대비 70%대 규모다. DN솔루션즈 산하 미국 현지 계열 법인 등과의 거래에서 매출이 인식되고 있다.
다만 DN 입장에서 그룹 덩치를 한 단계 더 키웠다는 긍정적 면모도 있다. DN솔루션즈 인수를 계기로 자산총액이 급격히 뛰어오르며 대기업 집단 반열에 올랐다. 해당 사업연도 전후로 연결 자산총액이 3배 더 늘었다.
이때 DN오토모티브는 100% 금융 자회사 '지엠티홀딩스'를 이용해 DN솔루션즈 지분을 전량 사들였다. 약 2조원이 투입된 거래다. 공작기계 사업 보완 목적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동시에 이는 그룹 수익성 확대로 이어졌다. 1조원에 못 미치던 DN오토모티브 연결 매출은 DN솔루션즈 인수를 기점으로 3조원대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