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야심차게 인수했던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MOM)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약 2조원의 인수금융을 일으킨 만큼 매년 대규모 금융비용이 발생 중이지만 창출되는 영업이익이 충분치 않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었던 약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 기업공개(IPO)까지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모멘티브 부진으로 KCC 연결 재무상태도 악화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도 한 발자국 접근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은 모멘티브의 실적 개선에 있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동시에 인건비 절감 등 MOM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해 오너 경영인인 정몽진 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무겁다.
◇원재료 가격 '출렁', 작년 영업손실 832억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의 실리콘 사업은 작년 매출 2조9524억원, 영업손실 83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7091억원, 2615억원이었다. 매출은 20%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KCC는 MOM을 통해 실리콘 사업 일체를 영위하기 때문에 MOM의 실적이 곧 실리콘 사업의 실적이다.
우선 작년 실리콘 사업의 적자 전환 이유부터 찾아봐야 한다. MOM은 미국에 소재하는 비상장사이므로 원가 구조 분석이 어렵다. 다만 같은 실리콘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법인이자 MOM의 자회사인 'KCC실리콘'을 통해 MOM의 원가 구조를 유추해볼 수 있다.
KCC실리콘의 2022년 매출원가는 2657억원이다. 이중 고정비 성격인 감가상각비와 인건비의 비중은 각각 8.2%, 15.1%다. 반면 매출원가의 약 50%에 해당하는 비용이 원재료 매입과 재고자산 변동비에 속한다. 고정비 비중이 턱없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매출 변동에 원가가 같이 따라가는 사업 구조를 지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 사업의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은 2021년 1kg당 3420원이었다가 2022년 5050원으로 상승했다. 작년에는 3810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3년 동안 널뛰기를 한 셈이다. 원재료 가격이 작년 하락하면서 판가에 반영됐지만 2022년 높은 가격을 주고 산 재고들이 팔리면서 결국 '마이너스(-)' 매출총이익이 발생했다. 일종의 '역래깅 효과'가 나타났다.
KCC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메탈실리콘 가격은 선물시장 도입으로 인한 가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나 실 수요 정체에 따라 가격 안정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채 많았던 MOM, 인수금융 2조 '부담 지속' MOM의 부진이 하필 지금 시점에서 도드라진 점이 KCC에 근심거리다. KCC는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FI에게 5년 이내 IPO를 약속했다. IPO에 실패하면 FI는 KCC에 지분 공동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 얼롱(Drag along) 조항을 행사할 수 있다. KCC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FI의 지분을 매입하면 되는데, 인수 금액은 약 4000억원으로 거론된다.
올해 5월까지 IPO를 완수해야 하는데 업계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작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아낼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OM의 기업가치를 최대 6조원까지 점쳤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 공감대다.
여기에 2조원 규모의 인수금융이 MOM에 묶여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MOM은 국민은행과 BNP Paribas로부터 각각 장기차입금 1조818억원, 1조878억원을 빌린 상태다. 조정 금리는 각각 2.9%, 4.5%로 1년에 약 8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이 차입금을 제외해도 MOM의 부채총계는 작년 말 기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운전자본을 고려해서 생각해도 인수금융 외 MOM이 보유한 차입금이 상당하다는 점이 유추된다.
◇순차입금/EBITDA 5배, 하향 트리거 접근 실제 MOM은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기록했음에도 순손실로 각각 181억원, 130억원을 냈다. 영업외비용에서 이자비용의 존재감이 상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작년에는 순손실이 3059억원까지 늘어났다.
KCC는 MOM의 IPO가 무산되면 당장 FI의 지분을 살 유동성 정도는 갖추고 있다. 작년 말 KCC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의 계정 값은 7245억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을 합하면 별도 현금만 1조2077억원을 보유 중이다.
급한 불을 끌 유동성 정도는 보유하고 있지만 관건은 MOM의 기초 체력 개선 여부다. MOM을 인수하기 전인 2018년 말 KCC의 연결 부채비율은 56% 수준이었다. 작년 말에는 145%까지 상승했다.
신용등급(AA-, 안정적) 하향 트리거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다. NICE신용평가는 올 1월 KCC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로 총차입금/EBITDA 8.0배 이상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순차입금/EBITDA 5.5배를 넘어갈 시 하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KCC의 총차입금/EBITDA는 7.0배, 순차입금/EBITDA는 5.0배다.
KCC와 MOM의 CFO로서는 MOM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원가 이슈와 더불어 고정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조절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KCC는 오너 경영인인 정몽진 회장의 재무·회계적 역량이 워낙 뛰어나 별도의 CFO 직책을 두고 있지 않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인 CFO의 역할은 관리본부장인 이재원 전무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