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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톺아보기

자산 5조 넘은 에코프로, 비상장 계열 거래 많았다

원료-완제품 법인 간 거래 비중 큰 탓…이동채 회장 친족 법인 내부거래 90% 인식도

김소라 기자  2024-07-03 14:11:41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2차전지용 양극재 제조 그룹 '에코프로' 내부거래는 대부분 국내 계열사 간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해외 계열사 대상 내부거래분이 일부 잡히기 시작했지만 전체 계열 거래분 중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리튬, 전구체 등 양극재 주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계열사와 완제품 생산 법인 간 상품 매입·매출 거래 형태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은 비교적 최근부터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2022년 계열 거래 현황을 공개한데 이어 지난해 사업연도 내부거래 추이도 공시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신규 지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에코프로는 그룹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준을 충족하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현황 공개 공시 의무도 부여됐다.

에코프로 그룹은 자산총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82개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비중 순위가 공개된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에코프로 그룹은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및 국외 계열사 대상 내부거래를 모두 합산한 값으로 국내 계열사 간 거래만 따로 떼놓고 보면 순위는 10위권 내로 뛰어오른다. 아직까지 해외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내부거래액이 미미한 영향이다. 같은 해 자산총액 기준 그룹 순위가 62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약 40계단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소폭 줄었다. 내부거래 금액 자체는 전년대비 늘었지만 그룹 전체 매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당해 그룹 매출액은 총 9조20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내부거래액은 1조5000억원이었다. 이에 따른 내부거래 비중은 16.6%다.

특히 전지 사업 법인 간 거래가 활발히 발생했다. 원료 생산업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틸리얼즈'를 중심으로 한 거래다. 이들이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엠' 등과 거래한 금액이 다수 잡혔다. 지난해 기준 총 1조2000억원이다. 전체 내부거래액의 약 80%를 차지한다.


에코프로 그룹의 내부거래 구조도 중 눈에 띄는 특이 케이스도 있다. 운송이나 산업용 가스 제조를 영위하는 왕산전기는 계열사 전반과 두루 거래를 하고 있다.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법인은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를 제외하고 비상장 법인 '왕산전기' 가 유일하다.

왕산전기는 지난해 총 7곳의 그룹 계열 법인으로부터 매출을 인식했다. 주로 전지 사업부문 계열사들과 활발히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기 공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금을 수령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당해 내부거래를 통해 인식한 매출액은 총 237억원이다. 수송이나 전지 생산 공정 등에 필요한 설비를 매년 유지 보수하는 서비스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해당 내부거래 매출은 지난해 왕산전기 전체 매출의 92% 이상을 차지했다.

왕산전기는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의 4촌인 박병희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왕산전기는 박 대표 1인 사내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양홍식 사내이사가 함께 재직했으나 올해 사내이사 자리에서 빠졌다. 박 대표는 왕산전기 지분 50%를 갖고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나머지 지분도 전직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왕산전기는 에코프로 타 계열사와 지분 관계가 없고 지주사 연결 재무제표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에코프로 계열사와의 거래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초 수의계약 형태였으나 지난해 경쟁입찰로 전환됐다.


왕산전기는 다시 '신흥에너지' '위앤전력' '밝은빛' '광인전력' 등과 내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이 왕산전기로부터 인식한 매출은 지난해 총 23억3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밝은빛을 제외하고 박 대표가 모두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약 30~50% 규모다.

밝은빛은 마찬가지로 이동채 회장과 4촌 관계인 박미영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 박미영 대표 1인 사내이사 체제다. 그는 밝은빛 지분을 과반 보유 중이다.

에코프로 그룹 관계자는 "왕산전기는 그룹 법인들과 직접적인 사업적 연관성도 낮고 연결 재무제표에도 반영되지 않는 곳"이라며 "재작년까지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지긴 했으나 당시에도 내부 기준에 맞게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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