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한화그룹은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내부거래 구조를 띄고 있다. 그룹 내 대부분의 거래가 특정 법인으로 몰리는 식이다. 상장·비상장사 할 것 없이 여러 종류의 매출 거래가 집중되고 있는 곳은 그룹의 지주사 '한화'다.
다만 주요 계열 법인 가운데 단일 거래액 기준 가장 유의미한 매출을 인식하는 곳은 따로 있다. 그룹 내 에너지 공급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다. 자체 보유한 열병합 발전소를 통해 여러 계열사에 전기 등을 공급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계열사 대상 거래를 통해 총 2437억원의 매출을 인식했다. 당해 한화그룹 주요 비금융 법인 단일 내부거래액 기준 금액이 가장 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으로 범위를 넓혀도 결과는 비슷했다. 연 단위 총 내부거래액을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체급이 큰 타 상장 법인 대비 규모는 작았지만 단일 계열 거래로는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내부거래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는 계열 법인을 기준으로 도출한 결과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현황 파악 과정에서 특수관계인 부당 이익 제공 행위와 관련한 규제 대상 계열 법인에 대해 내부거래 금액, 현황 등을 별도 집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법인 그리고 동 법인이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법인 등이다. 총 100여개의 한화 그룹 계열사 중 전자에 해당하는 법인은 '한화'와 '한화에너지' 단 2곳이다.
한화에너지가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상당액 인식한 것은 화학·소재 법인 '한화솔루션'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한화에너지가 그룹 내 거래를 전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한화솔루션이 유일했다. 하지만 양사 간 거래는 공정위 규제 대상 법인만 고려할 때 최대 규모였다.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 내부거래액을 끌어올리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 거래액은 최근 1년새 약 30% 늘어나며 증가 추세다.
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모두 상품·용역 거래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솔루션에 전기를 공급하고 받는 매출이 2040억원으로 양사 간 내부거래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여수와 군산에 각각 전력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여수에 위치한 발전 시설을 통해 한화솔루션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증기 에너지와 운영·보수(O&M)에 따른 매출도 일부 잡혔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 등 총수 일가 3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법인이다.
계열 거래액 기준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수치가 잡히는 곳들 역시 한화에너지와 유관한 법인이다. 화학 관련 계열 법인인 '한화토탈에너지스'가 대표적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해 계열 거래를 통해 약 1조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그룹 전체 비금융 법인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컸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화학 원료인 테레프탈산(PTA) 공급 및 지주업을 영위하는 '한화임팩트'가 최대 주주다. 한화임팩트의 최대 주주는 지분 52.07%를 가진 한화에너지다. 즉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결국 기업집단 한화의 전체 내부거래 중 한화에너지 소그룹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내부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지주회사인 '한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그룹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들로부터 일제히 매출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가 비금융 계열 법인들로부터 인식한 매출은 총 5630억원이다. 거래액 대부분은 한화 브랜드 제공에 따른 라이선스 사용료다. 일부 공작 기계를 통한 모듈라인 개조, 건설 공사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익도 인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