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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톺아보기

농심그룹, '비상장' 집중된 계열 거래

국내 내부거래 75% 규모, 총수일가 유의적 지배력 동일

김소라 기자  2024-06-21 10:04:35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농심은 국내 계열사 간 거래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룹 수익 구조가 내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상대적으로 국내 계열 법인 간 거래가 활발히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그룹 핵심 법인 농심에서 다수 계열사로 자금이 흐르는 그림이다.

이 법인은 대부분 비상장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룹 내 또 다른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인 플라스틱 제품 제조사 '율촌화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거래 대상은 모두 비상장 법인이다. 식품 제조라는 그룹 핵심 비즈니스와 유관되거나 범위가 확장된 사업체다. 총수 일가가 유의미한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같다.

농심은 지난해 약 790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로 인식했다. 이는 당해 그룹 총 매출액의 17.6%다. 수치는 직전년도 대비 약 1%포인트 내렸다. 1년간 그룹 총 매출이 1400억원 가량 늘어난데 반해 전체 내부거래액은 소폭 감소하면서 전체 비중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부적으론 국내, 해외 계열 거래 모두 조금씩 감소했다.


농심은 내부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 집단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 순위를 비교한 결괏값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중 농심 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80위에 위치했다. 당시 총 88개 기업집단이 공시 대상으로 지정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 내부거래 비중을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대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집계한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농심은 전체 그룹 중 20위로 상위 집단에 속해있다. 즉 상대적으로 그룹 규모는 작지만 내부 계열사 간 거래가 타 대기업 집단 대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례로 당해 내부거래 비중 21위로 농심 보다 한 계단 낮았던 CJ의 경우 자산총액만 놓고 보면 농심 대비 7배 이상 크다. 이처럼 농심은 타 그룹 대비 덩치는 작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농심 그룹 내 국내 계열 법인 간 거래가 다수 발생하는 영향이다. 지난해 농심 국내 계열사 간 매입·매출 거래액은 총 5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계열 법인 대상 내부거래액 대비 2배 이상 더 많다. 다만 그룹이 내수 시장 위주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각각 국내·국외 매출 대비 내부거래액 비중을 따지면 해외가 더 높게 잡힌다. 지난해 농심 그룹의 국내 매출 대비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14.2%, 해외 매출 대비 해외 계열사 대상 내부거래 비중은 44.6%로 나타났다.


내부거래액의 대부분은 비상장 법인 대상 거래다. 지난해 기준 전체 국내 내부거래액의 약 75%다. 구체적으로 농심이 이 비상장 법인들로부터 제품이나 용역 서비스를 매입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식이다. 농심의 자금이 15여개 국내 계열 법인으로 흘러들어가는 그림이다. 최다 거래 대상 법인은 조미료 및 식품 첨가물 제조 자회사 '농심태경'이다. 지난해 스프와 후레이크 매입 건을 명목으로 총 2420억원을 농심태경에 지급했다. 이는 당해 국내 계열사 총 내부거래액의 약 43%다.

이 비상장 법인들은 대개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부거래액 기준 지난해 농심태경과 율촌화학에 이어 3위를 기록했던 '엔디에스'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41%대다.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3형제 신동원 농심 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차례로 15.24%, 11.75%, 14.29%씩 엔디에스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서비스를 농심에 제공하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부거래액 기준 지난해 엔디에스와 비슷한 금액이 잡혔던 화물 운송 업체 '전일운수'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은 100%다. 신동원 회장의 외삼촌인 김정수씨(99.95%)와 그의 가족이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화물 운송 거래 등을 명목으로 농심으로부터 총 237억원을 벌어들였다.

율촌화학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지만 마찬가지로 농심 주요 내부거래 법인 중 하나다. 지배구조로 보면 '농심홀딩스' 아래 위치, 농심과는 형제사 관계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농심과 식품포장재 거래로 총 1385억원을 벌어들였다. 다만 상장사인만큼 비상장 법인 대비 총수 일가 지분이 높진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총수 일가 지분은 총 24.45%다. 신동윤 회장(19.36%)과 신 회장의 아들인 신시열 상무 개인 보유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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