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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선 무너진 KCC, 벨류업 프로그램 '가이드 라인' 부재 탓일까

적극적 주주 소통 계획, 삼성물산 등 금융자산 재무건정성 뒷배

박완준 기자  2024-04-12 16:26:06
KCC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KCC 주가는 올 초부터 강세를 보이며 지난달 21일 52주 최고가인 29만4000원까지 상승 흐름을 탔습니다. 하지만 고점을 기록한 후 흐름이 꺾인 모양새입니다. 이달 12일까지 16거래일 중 14거래일 하락을 보이며 장중 23만2500원까지 반등 한번 없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KCC 주가가 고점 대비 17.69% 하락해 단기 조정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5~120일선 지지대가 모두 무너져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입니다. 특히 중장기적 흐름을 판단하는 120일 지지선이 붕괴된 것은 경기 전망이 암울하고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를 대변합니다.

앞서 KCC 주가는 1월 23일부터 큰 상승을 보이며 요동치는 주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실리콘 업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 예상과 달리 주가는 2월 8일까지 연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 기간에 KCC 주가는 20만3500원에서 28만70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주가 급등의 배경은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부분이 꼽힙니다. KCC는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에 불과해 저PBR 테마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최근 KCC 주가를 눈여겨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순매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하여 금리 인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쏠린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KCC 주식을 총 7만1757주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기관과 금융기관, 연기금은 연일 매도세를 이어가며 외국인 투자자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증권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 수급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3개월간 KCC 주가 흐름표
◇Industry & Event

KCC의 지난해 성적표는 부진했습니다. 지난해 KCC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2884억원으로 전년(6조7747억원) 대비 7.2%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도 3099억원을 기록해 전년(4676억원) 대비 33.7% 감소했습니다.

특히 실리콘 사업의 영업손실이 뼈아픈 한 해로 기록됐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공급 과잉과 유럽, 북미지역의 경기 위축에 따른 제조업 성장세 둔화로 실리콘 수요가 줄어 영업손실 830억원을 냈기 때문입니다. 2021~2022년 실리콘 부문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2600억원대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실적 부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KCC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KCC는 부채비율 145.1%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총차입금 규모는 2019년 2조5095억원에서 지난해 5조3005억원까지 급증했습니다. 그중 단기차입금은 2022년 5143억원에서 지난해 1조2174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해 1년 남짓한 만기일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습니다.

다만 KCC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가치가 2조원이 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매도가능증권은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처분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KCC 매도가능증권은 총 2조630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 장부가액 기준으론 2조2027억원의 삼성물산 지분 가치가 가장 높습니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9.17%를 보유해 전체 매도가능증권 가치의 84%를 차지했습니다.

KCC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KCC는 당기순이익 804억원을 기록해 전년(286억원) 대비 180.5% 증가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지분 가치가 상승한 탓입니다.

KCC는 올해 실리콘 흑자전환을 목표로 재고 소진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난달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기존 7만5000톤의 실리콘 생산능력이 50만톤으로 늘어나 이를 활용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능력이 늘어난 만큼 원가 절감에 장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KCC 실리콘 업황 개선 시점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KCC의 흑자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진다는 점이 목표주가를 좌우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후 KCC의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두 곳입니다. 이 중 1곳은 목표치를 낮췄습니다.

47만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신영증권은 KCC가 2022~2023년 실리콘 불황 사이클을 겪었다며, 이달 모멘티브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인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연간 8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실리콘사업부의 흑자전환이 가장 주요한 사업 과제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실리콘 사업부 턴어라운드가 실적과 주가 상승의 주요 지표로 작용할 것이며 긍정적인 건 중국 경제 부양 정책 등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제조업 생산지수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습니다.

하나증권은 KCC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리콘 사업의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메탈·유기실리콘 가격 급락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종료해 올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윤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유기 실리콘 증설이 대규모로 취소됐고, 유기실리콘 재고가 약 6개월 내에서 최저치로 하락했다"며 "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부양책 등에 따른 수요 개선 기대감으로 재고 확보 움직임이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KCC는 공식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재정·회계총괄·구매 등의 팀을 이끄는 이재원 관리본부장 전무(사진)가 재무 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신설된 IR 부서도 관리본부장 산하로 편제해 총책임자는 이 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무 2012년 KCC 생산지원부 임원으로 영입된 인물입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주 공장과 베트남 법인 총괄, 본사 생산지원 총괄 등 대내외적인 재무구조를 관리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관리본부장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더벨은 KCC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 전무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IR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를 묻는 말에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탓이 크다"며 "지난달부터 실리콘 가격이 하락세로 변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커진 부분도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추가적인 주가부양 정책을 묻는 말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시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우선적으로 지난해 신설한 IR조직을 통해 주주 소통을 늘릴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삼성물산의 지분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IR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같은 활용 가능한 여러 금융자산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법과 수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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