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이마트의 내부거래 비중은 신세계그룹의 7개 상장사 중 가장 낮다. 전체 매출액의 3%만 국내 계열사에서 끌어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 매출의 21%가 해외 계열사 간 거래에서 나왔다. 5년 전에는 1% 미만이었다.
해외 직소싱 확장 전략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해외 법인의 주요 업무는 해외 직소싱으로, 이를 통해 취급 상품을 차별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직소싱은 유통업체가 수입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현지 법인을 세워 상품을 직접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23년 이마트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내부거래)에 따르면 이마트의 국내 매출액(15조928억원)으로, 이 중 국내 계열사 간 거래에서 나온 매출액은 4697억원을 나타냈다. 전체 매출액(15조1419억원) 대비 매출 비중은 3.1%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매년 조금씩 국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2019년 내부거래 비중은 3.5%로 2020년 3.4%, 2021년 3.1%로 매해 줄었다.2022년 내부거래 비중은 3.2%로 전년 대비 0.1%포인트(p)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3.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해외 계열사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지난해 이마트의 해외 매출액(490억원) 중 해외 계열사 간 거래에서 나온 매출액은 106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해외 계열사 매출액에서 해외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 나타냈다.
해외 매출의 70%는 상하이매득무역유한공사가 뒷받침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상하이매득무역유한공사에서 끌어온 매출액은 78억원이다. 상해이매득무역유한공사는 2005년 설립된 이마트 중국사무소를 확대 개편한 곳으로, 중국 직소싱 사업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다음으로 국외 매출액을 뒷받침한 곳은 이마트 아메리카(E-MART AMERICA, INC.)다. 지난해 이마트가 이마트 아메리카에서 올린 매출액은 21억원이다. 이마트 아메리카는 한국 사품을 공급받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미국 직소싱 상품 관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는 이마트의 해외 사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두 법인 모두 직소싱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직소싱을 확대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고객 유입 효과가 크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외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하이매득무역유한공사와 이마트 아메리카 모두 직소싱 법인"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직소싱을 확대하면서 (해외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해외 계열사의 내부 거래 비중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해외 계열사 매출액에서 해외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3.5%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0.1%, 14.3%를 나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