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포스코그룹은 소유분산 기업인 만큼 내부거래에 늘 따라오는 사익편취 이슈에서 빗겨나 있다. 다만 사업 특성 상 계열사간 거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는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가장 거래가 많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포스코가 최대 내부거래처다.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고객사로 이어지는 철강재 제조·유통과정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내부거래 비율이 20%대로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선 포스코 등에 납품하는 내화물, 생석회 같은 기초소재 판매가 많다. 반대로 해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상대로 한 에너지소재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국내·외 내부거래비율 간극 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23년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별도기준 내부거래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곳이 11개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포스코다. 지난해 별도기준 총매출 38조9715억원 가운데 44.7%(17조4050억원)가 계열사에서 나왔다.
내부거래 비율 자체는 50% 미만이지만 내부거래 액수가 컸다. 그 다음으로 큰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계열사 거래로 얻은 매출은 14조8925억원, 별도기준 총매출 대비 52.2%다.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만 집계하는 공정위 기준으로는 7%다. 공정위 기준과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를 합산한 기준 간의 간극이 상당히 크다.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 계열사 간 거래보다 해외 계열사 간 거래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포스코의 최대 내부거래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국내 내부거래 매출(13조6106억원) 가운데 11조512억원이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나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최대 매출처가 포스코다.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 1조9957억원 중 1조5100억원이 포스코향 매출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종합무역상사로 철강 및 철강원료, 식량, 친환경차부품, 친환경소재, 이차전지소재 등을 주요 품목 등을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딩이 주력 사업이다.
포스코에는 철강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소재, 원료를 수입해 공급하고 반대로 포스코의 철강재를 구매해 다른 곳에 파는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두 회사 간 내부거래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스코퓨처엠, 국내 최대거래처는 포스코…해외는 LG엔솔
철강 위주인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곳은 포스코퓨처엠이다. 원래는 철강제조에 들어가는 생석회나 열에 강한 소재인 내화물 등 기초소재사업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이후 다루는 소재의 영역을 확장하고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양극재와 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포스코퓨처엠의 내부거래는 국내 계열사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 국내 매출 1조4124억원 가운데 73.5%(1조379억원)가 계열사 거래에서 나왔다. 가장 큰 거래처는 단연 포스코(9127억원)다. 국내 내부거래액 중 90% 이상이 포스코향 매출이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미미하다. 별도기준 해외매출(3조447억원)에서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는 33억원으로 0.1%에 불과하다. 포스코퓨처엠의 최대 고객이 LG에너지솔루션임을 감안하면 이차전지 소재의 상당액은 LG에너지솔루션 등을 비롯한 고객사의 해외법인 등에 공급되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