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한다. 시장 감시를 통한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자산, 자금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거래는 경영전략 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 하지만 재원을 그룹 내부에만 축적시키고 시장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더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과 양상을 짚고 세부 자금흐름을 따라가본다.
SK네트웍스가 내부거래를 하는 그룹 계열사는 84개에 이른다. 국내 계열사가 83개, 해외 계열사가 한 곳이다. SK그룹 소속 업체 중 최다 내부거래처를 갖고 있다. 영위하는 사업이 정보통신, 렌탈, 트레이딩, 자동차 정비,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화학·에너지 관련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C다. 내부거래 매출의 절반가량이 SK피유코어에서 나왔다. 다만 지난 4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계열 분리되면서 더 이상 내부거래에 반영되지 않게 됐다.
◇'팔방미인' SK네트웍스, 최대 내부거래처는 지오센트릭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23년 SK그룹 주요 화학·에너지 관련 계열사(10개)의 그룹 내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내부거래처가 84개다. SK㈜, 대한송유관공사, 부산도시가스, 강원도시가스 등이 다수다. 이 외에 SK실트론, SK바이오팜, SK텔레콤 등 ICT·바이오 계열사도 포진해 있다. 거래를 안 하는 계열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국내 계열사가 83개, 국외 계열사는 홍콩법인(SK Networks Hong Kong) 단 한곳이다. SK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처가 가장 많고 업권도 여러 군데 걸쳐있다. 최대 내부거래처는 SK지오센트릭으로 지난해 435억원의 매출이 여기서 나왔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 중 하나다. 휴대폰 등 통신장비 사업, SK매직을 위시로 한 가전제품 렌탈, SK렌터카가 영위하는 차량 렌탈, 타이어 판매, 데이터 솔루션, 전기차 충전, 화학제품 트레이딩 등 전개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사업이 하다 보니 다양한 계열사와 거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율은 20.2%, 국내 계열사 거래만 집계하는 공정위 기준으로는 18.2%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룹 내 거래처가 많을 뿐 계열사향 매출은 그리 많지 않아서다.
SK네트웍스는 최종건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로 시작해 의류 패션사업과 상사업을 영위하면서 지금까지 내려온 그룹의 뿌리격인 곳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리 사업을 펼치는 스피드메이트와 상사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기로 했다. 종합상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관련 사업회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SKC, SK피유코어 매각완료…계열분리로 내부거래 제외
주요 화학·에너지 관련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C가 꼽힌다. 별도기준 매출의 72%가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공정위 기준으로는 72.6%, 해외 계열사향 매출을 포함해도 72.7%로 내부거래의 대부분이 국내 계열사에 쏠려있다.
최대 내부거래처는 SK피유코어다. 작년 SKC의 별도기준 매출 830억원 가운데 307억원이 여기서 나왔다. 계열사향 매출 604억원 중에 절반 이상이 SK피유코어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2015년 SKC와 미쓰이화학이 설립한 폴리우레탄 합작사로 2021년 계약종결에 따라 SKC의 100% 자회사로 전환된 곳이다.
SKC가 윤활제, 화장품, 단열재 등 화학부문과 2차전지 소재, 반도체 소재가 주력인 만큼 폴리우레탄 원료인 프로필렌을 SK피유코어 등에 공급해 왔다.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이유다. 그러던 중 2023년 폴리우레탄 사업 매각을 결정했고 글랜우드PE를 대상으로 4103억원에 팔았다.
매각작업은 올 3월 마무리됐으며 지난 4월 3일자로 SK피유코어는 SK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제부터는 SKC와 SK피유코어의 거래는 내부거래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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