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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삼양사, 재무 부담 장기화...원가 변동성 이중고

사업 구조 '곡물가·유가'에 민감, 설비투자 등 지속...차입금 1조 돌파

박규석 기자  2024-01-19 07:35:01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삼양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양사의 재무 부담이 장기화되고 있다. 잦은 합병과 사업양수도, 설비투자 등의 자금 소요로 차입금이 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양사는 그룹 내에서 식품과 화학 사업의 중추를 맡고 있다. 식품의 경우 제당, 제분, 유지 등 소재식품이 주력이다. 화학부문은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이온수지 등을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식품과 화학 부문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각각 58.04%와 41.4%다.


◇외형 확대 비결은 '계열사 합병'

삼양사는 지난 2011년 옛 삼양사(현 삼양홀딩스)에서 식품과 화학 부문이 인적분할되어 설립됐다. 소재식품사업과 EP 등의 화학사업이 중심사업이다. 2023월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61.83%(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삼양홀딩스다. 수당재단 등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한 지분율은 64.1%다.

소재식품의 경우 과점체제가 구축된 시장이지만 상위권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당과 전분당의 경우 국내에서 두 번째로 점유율이 높다. 화학부문은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토대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으며 PET 용기부문은 업계 선두를 유지 중이다.

삼양사가 이러한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룹 내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며 외형을 키웠기 때문이다. 분할 이후 지주사 삼양홀딩스가 보유했던 식품계열사 삼양웰푸드와 삼양제넥스, 삼양밀맥스 등을 통해 유지와 제분, 전분당으로 확대했다.


2015년에는 효성의 PET 사업부문 분할로 설립된 아셉시스글로벌을 종속회사인 삼양패키징이 합병하면서 화학부문의 사업기반을 강화하기도 했다. 기존 주력사업인 제당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갖춘 가운데 유지 등 식품과 PET 사업부문이 추가된 것이다. 분할 당시 연결 기준9200억원(연결 기준) 규모였던 삼양사의 자산총액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3조원 규모까지 증가했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한 삼양사는 2020년 이후 3년간 연평균 3.9% 영업이익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원 규모에서 2조6000억원까지 증가하며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고환율 기조, 고유가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제당 등 소재식품 사업은 통상적으로 제조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화학부문 또한 원재료 가격과 환율, 수급환경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22년의 경우 국제유가상승 여파로 PET 제품의 주요 원자재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자회사 삼양패키징 수익성이 약화되기도 했다. 그 결과 삼양사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말 5.4%에서 2022년 말 3.1%까지 하락했다.


◇누적된 자금소요...순차입금 증가

외형 확장과 시장 지배력 강화에 원동력이 됐던 계열사 합병 등은 현재 삼양사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잦은 합병과 사업 양수도, 계열사 연결재무제표 편입 등으로 차입금 규모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17년 이후 지속 중이다. JB금융지주 지분 취득과 케이씨아이 지분인수, 아셉틱 생산라인 증설(종속회사 삼양패키징) 등 투자 활동이 늘면서 자금소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22년의 경우 산업바이오 부문 양도와 삼양패키징 유상증자 등으로 5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되기도 했지만 매입채무의 유산스(usance) 대체와 높은 수준의 자본적지출(CAPEX) 이어지며 차입금 축소는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2017년 말 연결기준 3249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6663억원까지 늘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약 5809억원이다.


현금흐름 또한 국제 곡물 가격 등락과 화학부문 업황에 따른 에비타(EBITDA) 변동, 운전자금 부담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보다 큰 자본적지출의 영향으로 잉여현금흐름 상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0년 702억원 규모였던 잉여현금흐름은 이듬해 152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 말 기준으로는 546억원 적자다.

부족한 현금은 외부조달을 통해 충당했다. 2022년 2월 삼양사는 총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세부적으로는 5년물 1200억원(금리 3.25%)과 7년물 600억원(금리 3.53%)이다. 5년물은 모집 금액 1000억원에 1200억원, 7년물은 모집 금액 400억원에 6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약 1.3배였다.

다만 2023년 1분기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늘고 자본적 지출은 조금씩 줄였기 때문이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순영업활동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은 각각 1767억원과 67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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