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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한국증권, 장기물 흥행 '의기투합'

7년물 이상 발행 때마다 한국증권 선임…세일즈 설득력 앞세워 장기물 완판 '기여'

권순철 기자  2024-11-19 15:17:12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SK브로드밴드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만기 구조에 7년물이 포함돼 주목된다. 그동안 2·3·5년물을 활용해왔고 장기물 투심도 불안정하지만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퇴색될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단에 포함된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SK브로드밴드가 익숙치 않은 트랜치로 발행에 나설 때마다 한국증권은 특유의 세일즈 역량을 발휘해 기관들을 설득, 기록적인 언더 금리로 장기물을 완판시키는데 기여했다.

◇'오랜만의' 7년물 이상 취급…SKT 자회사 편입, 투심 '청신호'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내달 4일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트랜치는 3년물, 5년물, 7년물로 구성했고 오는 26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표 주관 업무는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SK브로드밴드는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는 정기 이슈어지만 만기 구조에 그동안 잘 활용하지 않던 7년물을 포함시켜 이목을 끌었다. 회사는 공모채를 발행할 때 2·3·5년물 트랜치를 주로 선택했다. 더벨플러스 집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가 7년물 이상을 활용했던 연도는 2019년과 2022년 뿐이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서 7년 이상의 장기물을 향한 투심이 불안정해졌다는 것도 SK브로드밴드의 선택에 물음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떨어지면 발행사들은 당연히 단기물로 트랜치를 꾸릴 유인을 갖는다"며 "AA급 이상 발행사들 중에서도 7년물을 추진하다가 중도 철회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SK브로드밴드의 경우에는 장기물일지라도 투심을 안정적으로 모을 호재가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지난 13일 SK텔레콤은 태광산업과 미래에셋증권이 소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7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내에 거래가 마무리되면 SK브로드밴드는 사실상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SK텔레콤은 시장에서 'AAA'로 평가받기에 이 소식은 SK브로드밴드를 향한 투심에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K브로드밴드의 신용등급도 'AA0, 안정적'이지만 최고 등급의 통신사 자회사로 들어간다는 것은 신용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지원 실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이벤트"라고 언급했다.
출처: 더벨플러스
◇장기물 발행 때마다 '한국증권' 등장…'연이은' 세일즈 흥행 트랙레코드

오랜만에 장기물을 꺼내면서 주관사단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 SK브로드밴드는 그간 SK증권을 포함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을 번갈아 가면서 선임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0월 KB증권, 올해 초 NH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던 것을 고려하면 순서상 한국증권의 차례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다만 한국증권은 그동안 SK브로드밴드가 단행한 몇 없는 장기물 발행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이 있다. 이는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성을 갖는 대목이기도 하다.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7년물, 2022년 10년물 트랜치를 활용했는데 SK증권을 포함해 한국증권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의 장기물 세일즈에서 한국증권의 성과가 돋보였다. 2019년 9월 SK브로드밴드는 3년물 8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으로 나눠 발행 스케줄을 진행했다. 사실상 7년물 데뷔전에서 한국증권은 주관사단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150억원)을 책임졌다. 트랜치 전 구간에서도 총 900억원을 소화하며 최전선에서 회사의 자금 조달을 도왔다.

2022년에도 10년물 모집액(300억원)의 6배가 넘는 1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는데 마이너스(-) 35bp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참여 기관 19곳 중 18곳이 '언더'에 베팅했는데 주관사의 세일즈 설득력이 약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결과였다. 당시 가산금리는 더벨플러스가 SK브로드밴드의 공모채 발행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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