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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개별평가 도입 '고심'

[평가개선프로세스]⑦이사회 평가 '자체평가' 국한, 외부 공시도 미흡

김현정 기자  2024-09-12 15:01:07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고 개선사안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는 이사회가 내실있게 운영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사회 활동에 대한 추후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사회는 형식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배구조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제고하고 이사회 운영 개선점을 발굴하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다만 이사회가 이사들 자체 내부 설문평가로만 이뤄진다는 점, 이사회의 평가 결과가 외부로 공시되지 않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아직 도입하고 있지 않은 대목도 감점요인이 됐다.

◇이사회 활동 '자체' 설문평가, 외부공개도 미흡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포스코홀딩스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79점으로 산출됐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이사회 및 사외이사 활동이 내·외부 평가를 받고 개선안을 마련, 추후 반영이 이뤄지는지를 살펴보는 항목이다. 평가 없이 이사회를 운영할 경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쉽고 구성원들, 특히 사외이사들이 활동을 소홀히 하기 쉽다. 평가와 그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이사회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항목에서 35점 만점에 17점이 나왔다.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2.4점이다. 우선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2010년부터 이사회 평가제도를 도입, 운영 중이다. 이사회 평가는 이사 전원이 이사회와 본인이 소속된 전문위원회에 대해 평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사회 역할과 책임, 구조, 운영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눠 27개 항목에 대해 1~5점을 부여하는 정량평가를 실시한다. 전문위원회 평가에 대해선 소위원회별로 6~9개 항목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의 이사회 활동 평가는 자체 평가에 국한돼있다. 대외 평가기관이 권고하는 평가자료를 이용해 설문지를 만들고 이에 대한 이사들의 자체 설문평가로 진행된다. 이사회 활동에 대한 공신력 있는 외부평가는 부재하다는 점에서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평가 결과를 이사회 보고와 협의를 통해 운영 개선에 활용 중이다. 매년 1분기에 평가해 5월 이사회에서 결과를 보고한다. 2023년 5월 열린 5회차 이사회에서도 ‘2022년도 이사회 활동실적 및 평가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기술돼 있으나 구체적 내용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5점 만점에 3점을 부여받았다.

이 밖에 이사회에 관한 평가 결과를 주주들이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진 않아 해당 항목에 대해선 1점이 채점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나 사외이사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자체 평가 점수, 종합 평점 등을 기재하지 않은 탓에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이사회 및 사외이사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크게 감점요인이 생겼다.

◇사외이사 개별평가 '고심의 흔적'...외부 거버넌스 평가 '매우 우수'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놓고도 감점이 발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 개별평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으나 이를 실시하진 않고 있다.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의사를 개진하는 한편 팀워크를 유지하려면 개별평가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개별평가 수행에 관한 평가항목은 1점으로 채점됐다.

다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만든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 내 핵심원칙·세부원칙에서도 사외이사 평가가 개별실적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추후 사외이사 개별평가 도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경우 도입 시 장단점 및 결과 활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회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포스코홀딩스는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 또는 점수가 상당히 높아 5점을 부여받았다. KRX ESG 포털에 따르면 한국 ESG 기준원에서는 A+(매우우수)등급을 받았으며 서스틴베스트로부터도 AA(최우수)등급을 받는 등 높은 점수로 평가됐다.

한편 이사회 구성원 다수가 사회적 물의에 연루돼 이 문항에서는 3점이 부여됐다. 올 3월 새로 선임된 박성욱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8월 캐나다 벤쿠버에서의 '외유성 호화 출장'으로 인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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