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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포스코홀딩스, 급전 융통 창구된 '해외 계열사 지분'

배당에 지분 매매 명목 포스코 현금 흡수… 신사업 투자 여력 지속 확보

최은수 기자  2024-11-06 15:53:51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2차전지 사업에 4조원대 투자를 예고한 포스코홀딩스의 조달 전략은 무엇일까. 2022년 물적분할 후 포스코홀딩스의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10분의 1토막이 났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원 정도로 줄었다. 앞서 투자를 지속하기엔 부담이 있다.

당분간 투자 재원은 물적분할 후 남아 있는 타법인 지분을 팔아 전망이다. 이를 파는 주체가 주력 사업회사인 포스코다. 포스코를 활용해 자산을 유동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2차전지 전초기지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는 구조다.

◇퓨처엠 채권 인수대금 자회사 지분 포스코에 팔아 확충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1일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퓨처엠이 발행한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어치를 매수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포스코퓨처엠 자본금의 1290%에 해당하는 대규모 채권이다. 채권의 표면이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포스코퓨처엠 회사채 5년물 평균금리에 약 1.45%의 가산금리가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투자재원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포스코퓨처엠이 발행한 채권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2년 지주사 체제에 들어선 이후부턴 포스코홀딩스도 재무 여력에도 변화가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이 물적분할 후 약 11조원에서 4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현금흐름도 크게 감소했다. 액면으로만 보면 올해 반기말 기준 보유 유동성의 약 15%를 신사업 요충지에 수혈하는 셈이다. 당장 채권인수를 통해 유출되는 현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반기말 기준 운전자본의 3배에 달했다. 물적분할 이후로 현금창출력이 급감한 포스코홀딩스로선 자회사 지원을 위해선 별도 대안이 필요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지탱하기 위한 조달 전략으로 차입이나 유증 아닌 다른 카드를 꺼냈다. 같은 날 포스코 마하라슈트라(POSCO Maharashtra Steel Private Limited) 외 2개 해외 계열사 지분을 주력 사업회사 포스코에 처분키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처분 목적은 2022년 3월 물적분할의 후속작업이자 철강사업 경영효율성 제고를 앞세웠다.


그러나 해당 지분 매각의 진짜 성격은 2차전지 신사업을 지탱하기 위한 자산 유동화에 가까워 보인다. 마침 포스코홀딩스는 분할 이후 보유 지분을 현금화시켜왔고 이를 지속해 나갈 의지도 나타내왔다. 여기에 신사업을 위한 현금창출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분할 후 계속된 유동화 전략 '아직도 1조 넘게 남았다'

포스코홀딩스는 물적분할 이후부터 사실상 보유 계열사 지분을 '유동화'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새로 출범한 사업회사인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창출을 위한 주 수익원 역할을 해 왔다.

먼저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포스코홀딩스가 계열사 및 투자회사들에게 받은 배당금 8272억원 가운데 3250억원(40%)은 포스코를 통해 받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종속회사는 56개, 관계기업이 14개, 공동기업이 7개 가운데 포스코의 기여도가 으뜸이다.

다만 포스코는 단순히 사업회사로서 배당금을 지급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포스코홀딩스는 보유 중이던 철강 관련 타법인 지분을 꾸준히 포스코로부터 현금을 받고 매각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금을 흡수하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포스코가 담당하고 있다.

앞서 2차전지 사업 투자를 위한 거대 자금을 마련하는 재원 역할도 현재로선 포스코가 감내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포스코에 해외 자회사 지분 일부를 약 6400억원에 매각한다. 그러나 관련 자산 잔고는 여전히 1조원이 넘는다. 지주사의 의지만 있다면 추가 매각에 이어 2차전지를 향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2023년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해외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액 합계는 1조6500억원, 순자산가액 합계는 2조1987억원가량이다. 이전 거래 과정에선 공정가치에 기반해 지분 매각가를 책정했다. 포스코의 현금 사정도 아직은 나쁘지 않아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지분을 확보해 충분히 유동화를 도울 수 있어 보인다.

물적분할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자회사의 현금을 수혈하는 포스코홀딩스의 조달 구조는 꽤 고착화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12월 우리금융지주 주식도 포스코에 넘겼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매각이 필요했는데 이를 포스코에 넘기고 2616억원을 매각대가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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