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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배터리 시대 기다리는 포스코퓨처엠, 속도 조절하는 투자

차입금 의존도 51%, 부채비율 197%···영구채 발행 통해 재무체력 개선

김지원 기자  2024-11-21 13:59:2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배터리는 새로운 기름(New Oil)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2021년 보고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배터리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펼쳐질 것이란 뜻이었다.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 주요국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끝내 배터리의 시대는 온다.

관건은 '시기'다. 배터리의 시대는 예상보다 느리게 다가왔다. 전기차 캐즘이라는 벽에 부딪혔기 때문. 기업들은 전략을 바꾸고 있다.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배터리의 시대를 기다리며 재무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포스코퓨처엠도 그 중 하나다.

◇전기차 캐즘,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높였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 3조897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7158억원)과 비교하면 4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354.5% 증가했다. 2021년 1조원을 넘긴 총차입금은 지난해 2조원, 올해 3조원을 넘기며 빠르게 늘었다.


차입금이 늘어나자 재무건정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코퓨처엠은 차입금 의존도 50%를 넘겼다. 지난 3년 동안 28%, 32%, 47%로 서서히 늘어나더니 올해 3분기 말 51%를 기록했다. 보유한 자본 중 절반 이상이 외부 차입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40%를 넘으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부채비율도 상승 곡선을 그린다. 2021년 61%였던 부채비율은 3분기말 기준 192%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정적으로 위험하다고 보는데 포스코퓨처엠이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총차입금 구성을 살펴보면 사채가 과반을 넘긴다. 올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에서 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66.83%다. 2022년말 1조원이 안 됐던 사채는 2023년말 2조원으로 늘어났다.

장기차입금도 증가했다. 지난 3년 동안 장기차입금은 2332억원, 4935억원으로 늘더니 올해 3분기 말 1조90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11.62%, 120%가 증가했다. 달리 말하면 장기차입금이 매년 2배 이상 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대규모 시설 투자에 활용됐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과 광양에 각각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중이다. 대규모 시설투자에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시대 기다리며···투자 속도조절, 재무체력 개선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는 중에도 시설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포스코퓨처엠이란 기업을 알아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함께 외형을 키운 회사다.


배터리가 미래먹거리로 떠오르던 시기에 포스코퓨처엠은 괄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 연결기준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2% 증가한 12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매출은 1조9895억원, 다음해 3조3019억원에서 2023년 4조7598억원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유독 눈에 띄는 기업이었다. 음극재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이 전세계에 몇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일본 2곳과 포스코퓨처엠만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었다. 미국이 IRA를 발효하며 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기업을 찾아나섰다. 일본 기업이 파나소닉 납품에 집중하니 포스코퓨처엠이 대안으로 선택받은 것이다. 포스코홀딩스에서 안정적으로 핵심광물을 수급받을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퓨처엠은 향후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 보고 생산능력(CAPA)을 키우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렸다. 2020년 2455억원이었던 자본적지출(CAPEX)는 2021년 5622억원, 2022년 6658억원, 지난해 1조3659억원으로 증가했다. CAPEX는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액을 더해서 구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CAPEX 투자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의 수요가 예상보다 천천히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포항 전구체 공장 설립을 중단하겠다고 공시했다. 캐즘을 거치며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의 시대를 기다리며 재무체력을 키우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달 1일 영구채 6000억원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영구채는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올해 3분기말 자산에 영구채를 더한다고 가정하면 포스코퓨처엠은 부채비율을 157%, 차입금의존도를 47%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연초 2조8000억원으로 예정했던 CAPEX 규모를 2조1000억원으로 조정했다"며 "내년에도 시장상황에 따라 적시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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