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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한화 주식 '의무보유 3년' 조기 해제했다

당초 2025년까지 설정, 사전 서면동의 거쳐 처분…"경영환경 변화 따라 유연하게 적용"

박동우 기자  2024-11-07 11:25:48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한화에너지에 처분하면서 주식 '의무보유기간 3년'을 조기에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2025년까지 맞교환한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키로 설정했으나 고려아연과 한화 양사간 사전 서면동의를 거쳐 처분했다. 고려아연 측은 "처음에 두 회사간 자율적으로 체결했던 협약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고려아연이 한화와 지분 교환을 결정할 당시 이사회 의사록에는 '자기주식 교환·처분 승인의 건'이 기재돼 있다. 고려아연이 한화에 자기주식 23만8358주(1.2%)를 넘기는 대신 한화가 보유한 자기주식 543만6380주(7.25%)를 취득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맞바꾼 자기주식은 1568억원 규모였다.

거래 내용이 담긴 도표에서는 △경쟁사 등 처분 제한 △사업제휴 기본합의서 체결 이외에 '의무보유 3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2025년 11월까지 두 회사간 맞바꾼 주식을 계속 갖고 있도록 명시한 셈이다. 같은 시기 고려아연은 LG화학과도 2525억원어치 자기주식 교환을 결정했는데 두 회사가 설정한 의무보유 기간은 2년으로 올해 11월까지다.


의무보유 사항과 관련해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각 당사자가 처분제한기간 경과 후 상대 회사의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처분예정주식의 수량 및 기타 주요 거래 조건을 상대회사에게 통지하고 그 상대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해당 주식을 우선해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주식 의무보유기간 만료를 1년 앞두고 조기에 해제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이달 6일 고려아연은 보유하던 한화 지분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로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2만7950원에 매도하면서 현금 1519억원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주식 처분을 염두에 두고 한화로부터 서면으로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 2022년 11월 한화와 맺은 지분교환 계약에 근거를 둔 조치였다. 당시 계약에는 원칙적으로 3년 이내에는 상대방 당사자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각자가 보유한 상대방 당사자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도, 양도 등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삽입돼 있었다.


바꿔 말하면 한화가 동의할 경우 고려아연은 의무보유기간 만료 전이라도 갖고 있는 한화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그룹은 앞서 이달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너지가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인수한다"며 "한화, 한화임팩트 등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한화 주식을 처분키로 결정한 건 재무건전성 향상 과제와 맞닿아 있다. 공개매수 국면에서 발생한 차입금을 갚으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호주에 자리잡은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lntyre)에 빌려줬던 자금 3900억원(4억2600만 호주달러)을 조기에 돌려받기로 한 조치도 동일한 맥락이 반영돼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했더라도 양사간 자율적으로 체결한 협약인 만큼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여지가 존재한다"며 "두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상호간 사전 협의를 진행해 지분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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