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반등 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상화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주 대금을 포함한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기 직전에 고달픈 '보릿고개'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룹 편입 후 꾸준히 차입을 상환하던 한화오션의 현금흐름은 올해 급반전했다. 3분기까지 순차입 규모가 앞서 유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의 훈풍을 타기 위해선 한화오션의 자구책만으로 견뎌내야 한다.
◇슈퍼사이클 맞이 위해 '2조 유증 받고 2.5조 차입 더' 2024년 3분기말 기준 한화오션의 차입금 조달과 상환을 상계한 순차입금은 2조4223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에 2조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단행했고 3분기에도 다시금 5000억원을 빌린 결과다.
한화오션은 올해 들어서만 2조원이 넘는 차입을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조5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이 있었다. 이와 함께 단기차입금 상환이나 유동성장기차입금 상환, 리스부채 상환도 있었지만 이를 다 합쳐도 차입을 통한 조달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으론 648억원에 불과했다.
조선업계 호황이 시작됐다는 평가 속에서 한화오션은 작년 2조원 유증 후 또 다시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화오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아직 '슈퍼사이클'에 걸맞지 않은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통상은 수주가 늘어난 이후 발생하는 비용부담은 영업현금흐름이 감당해주는데 한화오션은 수년 간 영업현금흐름이 순유출(-) 상태다. 2022년 이래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수주 받았던 저선가 선박을 인도하는 사이 고선가 선박 건조가 시작된 점도 현금유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화오션은 올 반기 기준 2조5839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을 냈다. 지난해 전체 영업현금흐름 적자 규모가 1조9783억원인데 한해가 다 가기 전에 이를 한참이나 넘어섰다.
올 들어 선박수주를 발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헤비테일 형태의 계약 특성상 선수금 명목의 계약대금이 건조비용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까지의 계약자산 세목은 미청구공사와 대손충당금 및 단기미청구공사 등을 포함하면 4조4804억원이다.
이는 작년 2조5179억원과 비교해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수주가 폭발하며 대규모 건조 작업이 시작했음에도 이를 적절히 지탱할 운전자본이 모자랐다는 뜻이다. 건조하는 데 돈이 상당히 지출됐으나 대금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회사 내 현금창출능력이 저하되자 대안으로 차입을 선택했단 뜻이다.
주목할 점은 2조5000억원의 차입이 작년 그룹으로부터 유증을 통해 2조원을 확보한 이후 이뤄졌단 데 있다. 이미 대규모 자금 수혈이 진행된 상황이다보니 추가로 지원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입을 통해 나름의 자구책이 된 셈이다.
◇빠르게 차오른 이자비용 부담, '헐떡고개'만 넘으면 끝이 보인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안에 편제해 있고 자산총계나 전반적인 재무상태도 나쁘지 않다보니 차입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미 2023년에도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 즉 영업적자가 난 상황이다보니 부담이 만만찮다. 지금의 영업현금흐름 역량으론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다보니 현금순유출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여러 재무를 압박하는 상황이 복잡적으로 작용하는 탓에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에만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이 유출됐다. 세부적으로 올해 반기말 별도기준 1조7359억원이던 한화오션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분기 말 888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부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따른 이자부담도 100억원을 넘어서며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신종자본증권은 상대적으로 만기도 길고 콜옵션에 따라 최대 5년 간 상환 의무가 없지만 이자율이 높은 게 문제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이 이미 시작되면서 한화오션의 계약자산이 폭증했단 점이다. 지금은 치솟은 수주에 대응하다보니 단기적으로 자금 운용에 적잖은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다만 순간적으로 찾아온 이 고비와 재무부담만 슬기롭게 이겨내면 긴 침체 터널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생산 안정화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전개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