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 초 5만7000원선이었던 주가는 2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고점인 6만9740원(2022년 9월)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근간에는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과 신재생에너지 부문(태양광)의 동반 부진이 있다.
특히 태양광 부문은 수익성이 높고 매년 고성장해 온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부진의 여파는 더 컸다. 동시에 미국 신규 공장 설립에 조 단위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재무부담도 커졌다. 한화솔루션 이사회 평가에서 '경영성과'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영성과 11개 문항 모두 1점...태양광·케미칼 동반 부진 탓
THE CFO가 제작한 '2024 이사회 평가' 툴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6개 평가 항목 중 경영성과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영성과는 이사회 구조 및 운영방식과 기업의 실적·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투자지표 4개, 성과지표 4개, 재무건전성 3개 등 11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했다. 기준은 KRX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푯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과 같은 경영지표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지표,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건전성 지표가 담겼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경영성과 항목에서 55점 만점에 11점을 받아 평균 1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원인은 핵심 사업군의 부진이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성장률은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성장률은 -35.2%다. KRX 300 중 비금융기업 277개사 가운데 상·하위 10%를 걸러낸 가중 평균치(4.7%, -2.42%)를 모두 하회했다.
케미칼 부문이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실적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케미칼 부문은 지난해 매분기 300억~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4분기에 7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태양광 사업의 이익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태양광 모듈 판매 등으로 약 26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으나 3분기에 75억원, 4분기 20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화솔루션의 ROE와 ROA는 각각 -2.34%, -0.64%로 코스피 100대 기업 평균치(6.82%, 3.76%)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따라 4개 문항 점수가 모두 1점으로 평가됐다.
PBR은 0.87배로 평균치(2.38배)보다 크게 낮아 1점을 받았고 총주주수익률(TSR)은 -7.12%로 평균치(27.64%)를 크게 하회했다. 주력 사업들이 모두 부진하자 주가가 저평가구간에 접어들었다.
배당수익률은 0.76%로 이 또한 평균치인 1.42%를 밑돌았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결산 기준 주당 300원(보통주)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9년 회계연도 배당(주당 200원) 이후 4년 만의 배당이었으나 조 단위 투자로 회사 규모에 비해 배당총액은 낮았다.
◇미국 투자로 무거워진 빚 부담, 이자보상배율 0.1배
실적은 부진한 데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에 3조원 넘는 투자비를 차례로 집행하다보니 재무부담이 커졌다. 작년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71.8%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초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밸류체인(솔라허브 프로젝트)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차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
차입금 대비 현금창출력 수준을 보여주는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는 5.8배로 평균치(1.21배)를 상회했다. 현재 현금창출력 수준으로 빚을 다 갚으려면 6년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차입 규모가 급격히 커지다 보니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0.1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의 작년 말 영업이익은 6045억원이었는데 총차입금은 9조3500억원에 달했다.
2024년에도 미국 투자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력 사업의 실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재무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보유자산 매각,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유동화 등 차입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