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태양광 사업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투자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사업 확장 과정에서 외부자본을 공격적으로 끌어다 쓴 부분이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올 3분기 총차입금은 12조원을 넘어섰다. 차입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주력하는 미국 시장에서 태양광 사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으며, 중국과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투자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투자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흑자 전환 이후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속된 태양광 불황…총차입금 12조 '돌파' 한화솔루션은 2022년부터 총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2년 7조2082억원에 머물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9조349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올 3분기 말에는 3조4721억원가량 더 늘어나 12조822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부담이 단기간에 커진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가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초 미국을 태양광 신시장으로 낙점해 주택용, 상업용 태양광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솔라허브' 구축을 위한 3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비주력 생산 사업장은 정리하고 증설 투자를 미국에 쏟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꾀했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기준 미국 조지아주의 연산 3.3기가와트(GW) 규모 모듈 공장을 준공 후 가동하고 있으며, 셀·웨이퍼·잉곳 등 나머지 밸류 체인은 내년 중반부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현금창출력이 차입금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현금 곳간이 줄어들고 있다.
현금 유입 속도보다 투자금 등으로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올 1분기부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올 상반기 3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NCF는 마이너스(-) 1조6631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도 81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둬 NCF는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금성자산 규모의 축소로 이어졌다.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2조2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조7997억원) 대비 5276억원 줄어든 수치다.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3분기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10조549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순차입금 비율은 80%에서 108%로 18%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7%p 증가한 180%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고려할 시 한화솔루션의 재무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용등급 하향 가시화…조달계획 차질 불가피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책정하는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가중되는 차입 부담과 주력 사업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악화된 현금흐름에 현금성자산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올 6월 NICE신용평가에서 평가한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하향됐다. 부정적 전망은 6개월 이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하향될 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더 높은 금리가 책정돼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은 올 8월 자산 유동화를 위해 연 5.95% 금리의 7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올 3분기 재무 구조는 오히려 악화돼 연말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로 1조6495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내년까지 미국 태양광 설비 증설을 위해 2조원가량의 자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의 신규 태양광 공장 가동 일정을 내년 초에서 중반부로 연기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태양광 공장의 투자 속도를 조절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재무 구조 개선은 내년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그 부분을 통해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