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아바코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 위주에서 2차전지,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으로 장비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분야별로도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신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중 2차전지는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이은 수주로 사업 내 비중이 점차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이에 따른 수주잔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실적 측면에서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다. 전방산업 불확실성 확대, 매출 인식 기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배터리 공급망 진입, 주가는 정점 찍고 다소 주춤
지난 2000년 설립 당시 아바코는 스퍼터를 개발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퍼터는 디스플레이 기판에 산화물 또는 금속 물질을 증착하는 설비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형성하는 공정에서 주로 쓰인다. TFT는 디스플레이 기본 단위 레드·그린·블루(RGB) 픽셀을 제어해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전기적 스위치 역할을 한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물류 설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박막봉지(TFE) 장비 등도 공급 중이다. 주요 고객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BOE, CSOT, 비전옥스 등이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스마트폰, TV 등 핵심 응용처가 성장 절벽에 도달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침체했다. 이에 아바코는 새 먹거리 발굴이 불가피했다.
회사는 노하우를 갖춘 물류 자동화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토커, 크레인 등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활용된 기술을 배터리 쪽에 적용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간 합작사(JV) 얼티엄셀즈의 미국 공장에 제품을 투입했다. 구체적으로 2차전지 조립공정과 활성화 공정을 연결하고, 후공정에서 배터리 셀을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아바코 역할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아바코는 지난해 말 롤프레스 개발을 완료했고 고객사에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장비는 2차전지 원재료가 코팅 및 건조된 전극을 압연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롤프레스 관련해서는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롤프레스 앞뒤로 포진하는 코터(코팅 및 건조)와 슬리터(절단)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산업망에 들어오면서 아바코의 가치는 대폭 높아졌다. 지난 7월4일 주가가2만3950원까지 오를 정도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11월7일 기준으로는 1만5300원으로 고점 대비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전기차 판매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제조사의 투자가 일정 부분 지연된 탓이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3분기 매출 236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기대비 63.3%, 전기대비 57.9%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기 및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이다.
이번 실적에 대해 아바코 관계자는 "고객이 장비를 인도하는 시점에 매출을 인식하기 때문에 3분기 적자에 그쳤다. 4분기부터 내년까지는 수주 물량이 반영되면서 매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아바코는 지난달 30일 북미 2차전지 업체와 596억원 규모 계약 소식을 전했다. 공정 자동화 장비를 납품하는 건으로 상대방의 비밀유지 요청으로 거래처는 비공개다. 지난 9월에는 얼티엄셀즈와 665억원 수준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바코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수주가 계속될 예정"이라면서 "공정 자동화 장비를 포함한 올해 전체 수주 규모는 창사 이래 최대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수주잔고는 3000억원대 후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차전지 장비 전용공장 구축…관계사 수혜 기대
아바코는 급증한 2차전지 장비 공급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캐파) 증대에 나선다. 현재 경북 상주에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당초 9월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11월 말로 이연됐다.
아바코 관계자는 "올해 비가 많이 온 영향으로 가동 시기가 조금 늦어졌다. 구미 1~2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어 물량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 공장 가동 시 기존 라인을 포함한 생산규모는 연간 6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다른 기대 요소는 관계사인 아바텍이다. 아바텍은 신성장동력으로 MLCC를 낙점하고 생산 중이다. MLCC는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등에 탑재된 반도체로 유입되는 전력을 정제하는 부품이다. 주로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아바텍은 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바코는 MLCC 제조 시 필요한 적층기, 외관검사기 등을 납품했다. 추후 아바텍이 캐파 확장을 지속할 계획이어서 양사 간 시너지는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아바코는 반도체 분야로도 손을 뻗었다. 스퍼터 기술 기반으로 반도체 금속 배선 공정에서 쓰이는 설비를 개발했고 고객들과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펨포매트릭스와의 협업으로 웨이퍼 검사 장비도 준비 중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바코는 올해 매출 내 디스플레이 비중이 90%대에서 40%대로 낮아지게 됐다. 대신 2차전지가 30%대, MLCC 및 나머지가 20%대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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