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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국앤컴퍼니는 여섯 가지 분류의 이사회 평가 지표 중 다섯 곳에서는 3점대 이상의 평점을 획득했지만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 1점대에 그치며 아쉬운 스코어를 남겼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는 사내이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데다 이사회 구성원 중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인물이 있다는 점이 점수 하락의 요소였다.
견제기능을 비롯해 참여도와 정보접근성, 경영성과, 구성 등 평가개선 프로세스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3점대 이상을 받은 점은 긍정적이다. 견제기능에서는 승계 정책과 내부거래 통제 등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고평가를 받았다. 참여도에서는 이사회 출석률과 의안 검토 기간 등이 긍정적이었다.
◇감사위원회는 평가, 사외이사는 미흡…'개선방안 마련' 명시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국앤컴퍼니는 255점 만점에 147점을 받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5점 만점에 1.7점에 그쳐 아쉬운 성과였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는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 수행 여부와 ESG 등급,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수행과 결과 보고 등을 다룬다. 또 이사회 구성원의 리스크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사외이사의 개별 평가 항목은 모두 '시행하지 않고 있다'로 분류돼 기본 점수(1점)만 부과됐다. 한국앤컴퍼니는 사외이사 개별 평가 항목을 두고 "독립성과 전문성, 재무보고 감독, 외부감사 감독,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한 업무와 이사회가 위임한 업무를 포함한 감사위원회의 활동 전반에 대하여 연 1회 자체 평가하고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 평가는 감사위원회 대상으로 사외이사 전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어서 기준점에 들지 못했다.
사외이사 평가의 공정성 확보 방안과 평가를 재선임에 반영하는 지 여부 등도 같은 이유로 저평가됐다. 다만 한국앤컴퍼니는 "사외이사 역량구성표 설정 등 사외이사 평가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에 포함된 경영진의 사법리스크도 저평가 요인이었다. 한국앤컴퍼니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통해 "현직 임원(1명)에 대해 2020년 11월 27일에 2심(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됐다"고 했다. 같은 임원에 대해 지난해 3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및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공소가 제기됐고 법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참여도·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이한 결과 한국앤컴퍼니의 이사회 평가 항목 중에서는 '발군'으로 볼 만한 부문은 없었다. 다만 평가개선 프로세스 외의 항목들은 5점 만점에 평균 3.0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3.3점으로 가장 평점이 높았던 참여도를 보면 이사회 구성원들의 회의 참여도와 충분한 의안 검토 기간, 사외이사들에 대한 정기적이고 충분한 교육 등의 항목에 4~5점이 매겨졌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중 '공시대상 기간 내 이사회 개최 내역'을 살펴보면 한국앤컴퍼니는 평가 기간동안 정기 5회, 임시 4회의 이사회를 열었다. 의안 통지와 개최간 기간은 7일로 충분한 검토 기간을 마련해줬다고 보고 기준의 최고점을 부과했다. 이사들의 평균 출석률은 정기 88%, 임시 90%로 나타났다.
견제기능에서는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두면서 평점을 끌어올렸다. 한국앤컴퍼니는 최고 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임원관리규정에 최고 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 정책 포함)을 명문화해 뒀다. 임원 후보에 대해서는 산업군에 대한 지식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두루 겸비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했고 별도의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견제기능의 평점은 3.2점이다. 같은 평점의 정보접근성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접근성, 이사회의 활동 내역 공시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