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동일인은 현재 조양래 명예회장이다. 몇 달 전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새삼 공고한 지배력을 대내외에 알린 차남 조현범 회장은 아직 동일인이 아니다. 조 명예회장에겐 현식, 현범 두 아들과 희경, 희원 두 딸이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동일인을 '사실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규정한다. 당국으로부터 그룹 총수로 인증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 효과가 크다. 조 회장이 2021년 4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을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공정위가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이하 동일인 지침)을 시행하면서 매년 4월 말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조 회장을 조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동일인 자리에 놓을지가 관심사다.
동일인 지침에 따르면 판단 세부기준은 총 5가지다. △기업집단 최상위 회사 최다 출자자 △기업집단 최고 직위자 △기업집단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방침에 따라 기업집단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이다.
조 회장은 이 가운데 앞의 4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1대주주다. 올해 3월 기준 지분 42.03%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대상인 형 조 고문(18.93%)과 조 고문 편에 선 누나 희원 씨(10.61%)와 희경 씨(0.81%)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조 회장보다 20% 이상 적다.
또한 조 회장은 그룹의 가장 높은 직위인 회장이자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최대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아버지 조 명예회장은 2018년 1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분쟁 대상이었던 조 고문과 누나들도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별도 직책을 갖고 있지 않다. 등기임원도 아니다.
마지막 기준 '동일인 승계방침에 따라 기업집단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에 대해서는 그간의 경영권 분쟁 때문에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공정위는 해당 기준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친족 간 합의에 따라 동일인 승계 방침이 존재하는 경우 그 방침에 따라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친족 간 합의에 따라 동일인 승계 방침이 존재하는지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다른 재계 그룹과 마찬가지로 한국앤컴퍼니그룹도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의사가 승계 방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선택은 차남인 조 회장이었고, 그러한 이유로 조 회장이 2020년 6월 당시 조 명예회장의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두 아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조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조 명예회장은 2020년 조 회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이후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무리없이 지키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조 회장에 대한 조 명예회장 지지가 공고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단 조 회장 누나인 조희경 씨가 2020년 6월 조 회장이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때 조 명예회장이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결정을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2022년 4월 법원은 기각했지만 희경 씨가 항고하면서 관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재판부가 희경 씨의 의견을 수용하면 4년 전 조 회장을 상대로 한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 기각을 결정한 바 있고, 조 명예회장의 정신감정을 맡은 서울보라매병원 측이 '이상없다'는 회신을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과 공정위가 올해 어떤 결론과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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