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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성장과 투자 전략 변화

김형락 기자  2024-11-05 09:00:54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 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창업자 김병주를 보여주는 4가지 키워드

2.1.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도

2.2. 투자은행(IB) 뱅커 거쳐 PEF 업계로

2.3. 포스코 창업자 넷째 사위

2.4. 2023년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자산가

3. MBK파트너스 출범

3.1. 칼라일 동료들과 만든 독립계 PEF 운용사

3.2. 한·중·일 바이아웃 펀드 운용

3.3. 포트폴리오

     3.3.1. 투자 성과

     3.3.2. 회수 난항 사례

4. 행동주의 투자 전략 구사

4.1.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시도

4.2. 고려아연 경영권 도전

4.3. 평가

최초 문서 작성일: 2024년 11월 5일

1. 개요접기



MBK파트너스가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선보였다. 2023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창업 가문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경영권을 노린다.

오너 경영이 뿌리 깊은 국내에선 공개매수와 경영권 확보 전략을 구사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없었다. 경영권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바이아웃(Buyout) 투자 전략이 주를 이뤘다. PEF가 대기업이 전략상 처분해야 하는 사업부를 인수하고, 매각이 쉽지 않은 매물은 대기업과 펀드가 연합해서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MBK파트너스는 행동주의와 바이아웃을 넘나드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로 변모했다. 해당 콘텐츠는 MBK파트너스 성장 과정과 투자 전략 변화를 짚어본다.

2. 창업자 김병주를 보여주는 4가지 키워드접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2.1.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도접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963년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친의 권유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뉴저지주 체리힐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작가를 꿈꿨다. 사립 명문인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하버퍼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2.2. 투자은행(IB) 뱅커 거쳐 PEF 업계로접기



김 회장 첫 직장은 미국 IB인 골드만삭스다. 1986년 골드만삭스 인수·합병(M&A)부서에 들어갔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다니며 IB 뱅커의 길을 걸었다. 골드만삭스에서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상무급)까지 지냈다.

1997년에는 씨티그룹 계열 IB였던 살로몬 스미스 바니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의 40억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PEF 산업에 뛰어든 건 1999년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0년 4470억원 규모 한미은행 인수 거래를 성사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칼라일은 2004년 한미은행을 씨티그룹에 되팔아 700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남겼다.

2.3. 포스코 창업자 넷째 사위접기



김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 사위다. 하버드대에 다닐 때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유학 중이던 박 전 명예회장 넷째 딸 박경아 씨를 만나 결혼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2.4. 2023년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자산가접기



김 회장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한국 최고 자산가’에 올랐다. 포브스가 2024년 4월 발표한 올해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97억달러(약 12조7884억원·순자산 기준)를 보유한 김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3. MBK파트너스 출범접기



3.1. 칼라일 동료들과 만든 독립계 PEF 운용사접기



김 회장은 2005년 3월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칼라일에서 뜻을 같이한 윤종하 부회장, 부재훈 부회장 등 5인과 함께 세운 독립계 PEF 운용사다. 사명은 김 회장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킴(Michael Byungju Kim)'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

설립 첫 해 운용 규모는 11억달러였다. 2024년 2월 말 기준으로는 300억달러(약 40조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 세계 연기금 150곳 이상이 출자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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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중·일 바이아웃 펀드 운용접기



MBK파트너스는 서구식 바이아웃 전략을 아시아 기업에 적용했다. 바이아웃 PEF는 통상 5~7년 안에 보유 자산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린다.

한국과 중국, 일본 기업에 고루 투자했다. 경기 부침이 적은 내수 위주 기업, 해당 업계 3위 안에 들고, 세일즈 파이프 라인이 잘 갖춰져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했다.

국내에선 대형 인수·합병(M&A) 때마다 도전장을 내밀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인수전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빅베트’ 전략을 구사했다.

3.3. 포트폴리오접기



3.3.1. 투자 성과접기



MBK파트너스는 설립 초기 국내 금융사를 인수했다. 2006년 6월 한미캐피탈 인수(626억원)가 첫 거래였다. 한미캐피탈 지분 35.07%와 113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07년 8월 한미캐미탈 지분 전량(51.5%)을 우리금융그룹에 매각(2711억원)해 약 1840억원 규모 차익을 남겼다.

2013년 1월 지분 30.9%를 매입(1조1915억원)한 렌탈 업체 코웨이는 2019년 3월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했다. 웅진그룹에서 인수한 코웨이를 1조6831억원에 되팔았다. 6년 동안 내부수익률(IRR) 26%를 기록했다.

2013년 12월 1조8000억원(지분 100%)에 인수한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는 국내 PEF 최초로 기업공개(IPO)와 자본 재조정을 통해 투자 원금 회수에 성공한 사례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5월 오렌지라이프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2019년 2월에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3000억원에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했다.

산업용 가스 제조 업체 대성산업가스(현 DIG에어가스)도 MBK파트너스 이름값을 높인 딜이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2월 대성산업가스 경영권을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2020년 2월 맥쿼리PE로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를 2조5000억원에 넘겼다.

3.3.2. 회수 난항 사례접기



MBK파트너스는 일부 딜에선 산업 변화를 내다보지 못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 2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옛 C&M)가 대표적이다. 당시 C&M은 케이블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곳이었다. MBK파트너스는 GS강남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도 짰다.

딜라이브는 2016년 채권단 경영 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유료 방송 주도권이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넘어가면서 경영이 악화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는 분리 매각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영국 대형마트 업체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인수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로 실적이 부진해 엑시트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4. 행동주의 투자 전략 구사접기



4.1.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시도접기



MBK파트너스는 2023년 12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차녀인 조희원 씨와 연합했다. 조 고문과 희원 씨는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는 등 경영 주도권을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 측은 조 명예회장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경영 공백 상황을 파고들었다. 조 회장은 2023년 3월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공개매수와 동시에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웠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로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 이상을 취득하려 했다. 조 고문과 희원 씨는 각각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 10.61%를 보유하고 있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 고문 측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50~57%를 확보해 조 회장 지분(42.03%)을 넘어설 수 있었다.

공개매수는 MBK파트너스가 목표한 최소 매입 지분율 절반에도 못 미치는 9%대에 그쳐 실패했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42%에 달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최소 물량에 미달하면 주식을 사주지 않기로 해 자금 유출은 없었다.

4.2. 고려아연 경영권 도전접기



MBK파트너스는 2024년 9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폈다. 장형진 영풍 고문, 영풍과 연합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대결을 벌였다.

MBK파트너스는 8조원 규모 6호 바이아웃 펀드를 앞세워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MBK 연합이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5.34% 주주가 청약했다. MBK 연합 지분율은 장 씨 오너 일가 지분 33.1%를 더해 38.47%로 늘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MBK파트너스는 영풍·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주주 역할을 넘겨받기로 했다.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지만, 영풍·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아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중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특수관계인보다 1주 더 보유하는 구조로 바뀐다.

MBK 연합이 공개매수 싸움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2024년 10월 28일 기준 최 회장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5.46%인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추가 우호 지분 확보 △고려아연 이사회 재구성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표대결 △장내 지분 매입 등으로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결집해야 한다.

MBK 연합은 2024년 10월 28일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을 심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고려아연에 발송했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가운데 최 회장 측 인사는 12명이다. 이보다 많은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것이 MBK의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2024년 10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2조5000억원 규모 일반 공모 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물량 중 약 20%인 74만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80%를 일반 공모할 계획이다.

4.3. 평가접기



그동안 국내 프라이빗 에쿼티(PE)는 대기업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다. 대기업이 전략상 매각해야 하는 사업부를 넘겨받고, 대기업이 가격이 비싼 매물을 인수할 때는 PE가 컨소시엄에 참여해 거래 물꼬를 터주기도 했다. 오너 경영 기조가 뿌리 깊은 국내에선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은 드물었다.

MBK파트너스가 행동주의를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금융 시장 여건이 바뀌자 투자 전략 다변화해 외연 확장을 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달 금리가 높아져 고가 M&A 방식으론 목표 수익률을 거두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바이아웃 펀드와 행동주의 펀드 사이 경계가 허물어졌다.

국내 PEF 시장도 달라졌다. 1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PE가 35곳이고, 대형 매물이 줄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PEF 약정액은 13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투자 집행 금액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32조원이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는 1년 만에 9조원 가까이 불어나 3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 [1] 대상 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주주 활동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수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이다. 기업 전략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거나 운영 개선, 효과적인 자산 배분, M&A 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압력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 [2] 김 회장은 2020년 3월 자전적 영문 소설 ‘오퍼링스(Offerings·제물)’를 발표했다. 월가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 '대준'이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한국에 와 국채 발행 업무와 구조조정을 위한 재벌 기업 계열사 매각 등을 담당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 소설이다. 2023년 10월 할리우드 제작사 '어나니머스 콘텐트'와 김지운 감독·송강호 배우가 설립한 '앤솔로지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오퍼링스를 영화화하기로 했다.
  • [3] 포스코 설립자이자 명예회장이다. 1968년 4월 창립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경영 일선에 물러나기 전까지 포스코를 연간 2100만톤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 철강사로 올려놓은 ‘한국의 철강왕’이다.
  • [4]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위(80억달러)였다.
  • [5] 조현범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875억여원 규모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 [6] 2023년 11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조현범 회장이 낸 보석 신청을 허가했다.
  • [7]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땐 1조원 규모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가 주포 역할을 했다.
  • [8] MBK 연합은 고려아연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 변호사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김재섭 DN솔루션즈 부회장 △변현철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이득홍 전 서울고검장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천준범 변호사 △홍익태 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12명을 추천했다. 기타 비상무이사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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