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2세 경영에 돌입한 후에도 오너 중심 이사회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고 신춘호 명예회장에 이어 신동원 회장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 최근의 이사회 운영 트렌드를 고려하면 오너 일가의 의장직 수행은 평가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 분야에서도 농심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이사회 구성이 다른 평가 분야 점수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평가개선프로세스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총점 255점 중 132점 획득 그쳐…폐쇄적 구성 영향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농심은 총점 255점 중 132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구성 분야 평균 점수는 2점으로 집계됐다. 9개 평가 항목에서 18점을 받았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다.
이사회 구성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가장 먼서 손볼 수 있는 영역이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뒤에 세부적인 이사회 운영 방침 선진화가 가능하다. 구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이사회 평가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농심은 선진화된 이사회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장 선임 단계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운영이 중시되며 기업과 금융회사는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추세다. 농심은 오너인 신동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농심 오너 일가의 의장직 수행은 2대째 이어지고 있다. 선대인 신춘호 명예회장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21년 3월 신춘호 명예회장이 타개하고 신동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이사회 의장직도 이어 받았다. 오너 일가가 의장을 맡아 이사회 운영을 주도하는 관행이 굳어졌다.
◇'평가개선프로세스' 평가 분야 중 최하점
오너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 구성은 다른 평가 항목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농심의 정보접근성과 견제기능 분야 평균 점수는 각각 2.3점, 2.6점에 그쳤다.
농심은 정보접근성 분야의 7개 항목에서 14점을 받았다. 견제기능 평가 9개 항목에선 23점을 받았다. 오너가 이사회 운영을 주도하면 정보접근성과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크고 작은 이사회 회의를 사외이사가 중심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자세히 공개하는 데 부담이 있다.
농심의 평가개선프로세스, 경영성과 평균 점수는 각각 2점, 3.2점이었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를 수행하지 않는 게 평가개선프로세스 평균 점수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경영성과 평가를 항목별로 보면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RS) 등 주주환원 측면에서 점수가 낮았다.
참여도 분야 평균 점수는 6개 분야 중 가장 높은 3.5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위원회 회의를 적절하게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회의 참석률도 높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