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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농심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 이사 추천권이 오너와 CEO 영향력 아래 있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대상이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사 추천 경로가 오너와 대표이사 영향력 아래 있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국한돼 있는 게 견제 기능이 미흡한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또 대부분의 이사회 회의에 경영진이 참여하는 등 사외이사가 독립된 목소리를 낼 만한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내부거래를 통제하는 전담 조직도 부재하다.
◇CEO 승계 철자·내부거래 통제 전담 조직 부재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 견제기능 분야에서 농심은 45점 만점에 23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 분야에 부여된 점수 중 절반 수준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기능이 담보되려면 추천 경로가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 외부공모, 주주 추천 방식을 통해 오너 및 경영진과 배치되는 의견도 피력할 수 있는 이사를 이사회에 둘 수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 자문단이나 주주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농심은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자문단이나 주주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를 추천하지도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 추천 역할을 해 이 항목에서 5점 중 3점을 받았다.
문제는 농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7인 중 3인이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신동원 회장, 이병학 대표, 황청용 부사장 등 3인이다. 이들은 오너와 경영진으로 사외이사의 견제를 받아야 할 대상임에도 사외이사후보추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오너와 사내이사가 주도하는 이사회 운영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대부분의 회의에 경영진이 참여하고 있다. 농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회의 내역은 전무하다. 이사회 회의 때마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의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이 항목에서 농심은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CEO 승계·부적격 임원 방지 정책 없어…감사위 전원 사외이사 구성
CEO 승계 정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규정 및 정관상 유고시 직무대행규정 외에 따로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규정 및 위원회)은 없다. 사외이사 주도로 CEO를 선임하기 어려운 구조다. 승계 관련 규정과 위원회 부재로 관련 항목에서 최저점인 1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부적격한 임원 선임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등의 책임이 있는 임원 선임을 방지화하기 위한 명문화된 정책이 없는 상태다. 현재 농심 임원 중 결격사항에 해당되는 임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심은 명문화 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1점을 받았다.
내부통제 전담 조직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농심은 이 항목에서도 1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원회 구성원은 사외이사 4명이다. 이 경우 THE CFO 이사회 평가는 5점을 부여한다.
감사위원회 전문성 요건도 충족시켜 5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 위원 중 1명은 감사 업무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농심 감사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인 신병일 이사가 회계사로 감사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