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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율촌화학, 차입으로 유동성 확보…이차전지 향한 '진심'

포승공장 증설 마무리…"국내 배터리 3사 공급 목표"

박완준 기자  2024-04-25 16:20:3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농심그룹의 포장재 전문 계열사인 율촌화학이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차입금을 확대하고 사업부, 생산시설 매각 등을 통해 보유 현금을 늘렸다. 자체 사업 강화와 투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유동성 대비 차원이라는 평가다.

◇사업부 매각하고 차입 늘리고…유동성 확보 '사활'

율촌화학의 차입금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24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51억원)보다 400억원 이상 증가한 액수다. 이달 5일에도 차입금을 추가로 800억원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이차전지와 관련된 신규 투자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 규모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차입금을 확대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보유 현금을 늘렸다. 앞서 율촌화학은 지난해 매출 4145억원과 영업손실 16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5% 하락했다. 영업손실은 171% 악화했다.

현금확보에 공들이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늘었다. 지난해 율촌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70억원으로, 전년(376억원)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판지사업부를 태림포장사에 매각한 효과로 보인다. 거래 규모는 430억원이다. 율촌화학은 비주력사업 정리 및 신규사업 집중을 위한 매각이라고 공시했다.

다만 영업에서의 현금창출 능력이 저하되면서 재무 부담이 증가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99억원을 기록해 전년(153억원)과 2022년(338억원) 대비 급감했다. 이에 지난해 부채비율은 121%를 기록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차입금의존도도 36.8%를 기록해 전년(31.6%)보다 상승했다. 자본적지출(CAPEX)이 확대되며 순차입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율촌화학의 CAPEX는 2020년 207억원에서 지난해 55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산업계 문제로 떠올라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파우치 필름의 국산화가 국책 과제로 선정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다.

율촌화학은 올해 161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광학 필름에 적용되는 PET필름 생산 설비가 노후화해 매각예정자산으로 회계 처리를 행했기 때문이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최근 잉여 생산이 나타난 사업부의 노후화된 설비를 판매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차전지 소재 집중…고객사 확대 '목표'

율촌화학은 올해 2월 평택에 위한 포승공장에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생산을 위한 시설 증설을 마무리했다. 투자금은 836억원이다. 핵심 사업을 '포장재'에서 '이차전지 소재'로 전환하는 첫 신호탄이었다.
율촌화학 파우치 필름 제조 현장 사진/사진제공=율촌화학
율촌화학 파우치 필름 제조 현장 사진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이중 율촌화학이 생산하는 알루미늄 파우치는 전기차 이차전지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보호하는 핵심 소재다.

앞서 율촌화학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파우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로, 지난해부터 5년 동안의 공급 물량이다.

율촌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이차전지 소재를 택한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지난해 율촌화학의 이차전지 소재의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얼티엄 셀즈에 공급을 이어나갈 경우 매출 비중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1년 122억원, 2022년 111억원을 R&D에 투자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기존 1%에서 2%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는 영업손실에도 90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해 부품 소재 및 내구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매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꾸준한 투자로 기술력을 높여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에 모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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