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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농심, 소위원회 4곳 중 3곳에 '사내이사' 위원장

[구성]②이병학 대표, 경영위·사추위·ESG위 위원장 겸직…사외이사 독립성 결여

최필우 기자  2024-10-08 09:45:5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농심이 사내이사 중심으로 이사회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오너인 신동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대표이사에게 이사회 핵심 권한을 일임하는 구조다. 현재 소위원회 4곳 중 3곳의 위원장을 이병학 농심 대표가 맡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사내이사 위원장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이사 위원장이 오너의 의중을 감안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사외이사의 경영진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도 사내이사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농심은 이사회 구성 분야에서 18점을 획득했다. 구성 분야는 9개 항목에 각각 5점이 부여돼 총점 45점인데 이중 절반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사회 의장 관련 평가에서 1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구성 분야의 1번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취임 여부다. 의장의 직위는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로 여겨진다. 농심은 오너인 신동원 회장이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최하점을 받았다.

의장 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에서 운영되는 소위원회 위원장도 사내이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농심은 이사회내 위원회로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 감사위원회를 제외한 3곳의 위원회 위원장으로 사내이사가 임명됐다.

THE CFO 이사회 평가는 위원회가 5곳 이상이고 위원장을 모두 사외이사로 했을 경우 만점인 5점을 부여하고 있다. 농심은 위원회 1곳의 위원장만 사외이사에게 맡겨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표가 맡고 있다. 대표이사가 주요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구조다.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위원회를 이끌고 있고 대표이사 1명이 위원회 3곳의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 권한이 경영진에 집중돼 있다.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근간이 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사내이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신 회장, 이 대표와 함께 황청용 농심 부사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합류했고 여기에 사외이사 4명이 추가됐다. 신 회장과 이 대표가 사외이사 선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사외이사 발언권이 위축되기 쉬운 구조다.

농심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점수에서도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일 경우 5점이고 CEO 또는 오너 일가가 아닌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으면 3점이다. 농심의 경우 CEO와 오너 모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있어 1점이다.

◇사외이사 수·이사회 규모 개선 여지

농심의 이사회 위원회 숫자는 2점으로 평가됐다. THE CFO 이사회 평가는 상법상 의무 설치 대상인 소위원회 이외의 위원회를 추가로 5개 설치했을 경우 5점을 부여한다. 농심은 의무 설치 위원회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 2개 위원회만을 두고 있어 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사외이사 숫자와 이사회 규모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농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7%다. 50~60% 구간에 있어 3점을 부여받았다. 사외이사 비중이 70%를 넘어야 5점을 받는다. 농심 이사회 규모는 7명으로 7~8명 구간에 있어 3점을 받았다. 이사회 총원이 11명을 넘어야 5점을 받을 수 있다.

다양성 항목에서는 3점을 받았다. 다양성 평가 기준은 △국적(2개국 이상) △성별(남녀 혼재) △연령(30대 또는 40대 포함) △경력(타기업 경력 보유) 등이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면 5점을 부여받는다. 농심은 1974년 12월생이고 여성인 김지연 사외이사가 있어 2개 항목을 충족, 3점을 받았다.

이사회 지원조직 평가에서도 3점을 받았다. 농심은 ESG경영팀, 경영진단팀, 법무팀 등을 통해 사외이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임원급 수장이 아닌 실무자급 수장을 둬 4~5점이 아닌 3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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