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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지주사 전환

양도웅 기자  2023-06-16 17: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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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지주사 체제 전환' 카드 꺼낸 배경

1.1. 잃어버린 시가총액 '톱 3' 영광

1.2. CFO 출신 CEO의 결단

2. 방식은 물적분할, 그리고 논란을 잠재운 방법

2.1. 물적분할이란

2.2. 시장의 의심

2.3. 모회사 주주가 결정하는 자회사 상장

3.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3.1. 최대주주 국민연금 찬성 속 지주사 전환 통과

3.2.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으로서 첫 일성

3.3. 첫 포스코 대표이사 '철강통' 김학동 부회장

3.4.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 지주사 본사

4. 아직 끝나지 않은 지배구조 개편

4.1. 뛰어오른 시가총액, 지속가능성은

4.2. 수소와 니켈 사업, 추가 물적분할 계획

4.3.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합병

4.4. 일각의 또다른 기대: 알파벳과 구글 모델

5. 지주사 전환 '첫 단추' 꿴 최정우 회장의 퇴장

5.1. 조기에 끝난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도전

5.2. 임기 다 채운 유일한 회장의 유산

6. 회장 선임 절차 개선과 '철강통'의 귀환

6.1. 회장 선임 절차 5가지 변화…방점은 '독립성 확보'

6.2. 후추위의 선택, 장인화 전 사장

6.3. 장인화 '회장'에 대한 평가와 과제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6월15일
업데이트 일자: 2024년 2월28일



1. '지주사 체제 전환' 카드 꺼낸 배경



1.1. 잃어버린 시가총액 '톱 3' 영광접기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는 1990년대와 2000년대만 해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톱 3'에 꾸준히 들어가는 등 지금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철강이 전통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점점 외면 받기 시작했다.

또한 이사회가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의결한 2021년 12월10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5배, 주가수익률(PER)은 13.96배였다. PBR과 PER이 각각 1배, 10배 이하인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으로 꼽힌다. 적어도 포스코가 실적과 비교해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셈이다.

2007년과 비교하면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4조원대에서 2021년 8조원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포스코 주가는 7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3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60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20조원대로 감소했다.

시가총액 순위에서 앞서 있는 기업의 실적과 비교해보면 포스코의 저평가는 더 설득력 있다. 2021년 12월10일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를 차지한 네이버의 2020년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이었다. 이날 시가총액 순위 14위인 포스코의 2020년 영업이익은 2조4030억원으로 두 배였다.

1.2. CFO 출신 CEO의 결단접기


주식시장에서 오랜 저평가는 포스코 경영진의 고민거리였다. 특히 2018년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비(非) 엔지니어 출신' 회장이 된 최정우 회장의 고심이 컸다. 최 회장은 포스코에서 재무실장과 가치경영실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가치경영실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직책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의 선대 회장들과 다른 이력을 쌓은 최 회장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지주사 체제 전환'이었다. 그가 투자자와 소통하며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CFO 역할을 한 경험이 녹아든 결정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한 2021년 12월10일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함은 물론, 그룹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목적이 '기업가치 제고'에 있는 점을 명확히 했다.



2. 방식은 물적분할, 그리고 논란을 잠재운 방법



2.1. 물적분할이란접기


2021년 12월10일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방법으로 ‘물적분할’을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기업분할(Spin-off) 방식의 하나인 물적분할은 신설 회사의 주식을 분할 회사(기존 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방식이다. 기존 회사가 분할한 사업을 자회사로 보유하기 때문에 분할한 사업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이 공식화하면 포스코는 존속법인이자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신설법인이자 자회사인 포스코로 분할한다. 신설법인이자 자회사인 포스코가 기존 주력 사업인 철강 사업을 영위하고, 존속법인이자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수소와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2. 시장의 의심접기


포스코가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주식 시장 일각에서는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약 1년 전인 2020년 9월 LG화학이 이차전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뒤 이를 상장시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LG화학 투자자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특정 사업부가 가진 미래 성장성에 공감해 투자를 했는데 기업이 그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을 시켜버리면,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는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포스코가 '캐시 카우'인 철강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켜 포스코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었다.

결과적으로 포스코 물적분할이 완료된 이후이긴 하지만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당국도 이러한 우려에 공감해 "물적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권리가 고려되는 자본시장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는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한 뒤 미흡하면 상장을 제한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추진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소위 말하는 'CEO 잔혹사'를 끝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역대 포스코 회장은 정권이 유지되든 교체되든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바뀌었다. 과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부도 회장 교체를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었다.

2.3. 모회사 주주가 결정하는 자회사 상장접기


포스코가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시장과 당국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했다. 포스코의 선택은 지주사 주주의 동의 없이는 신설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못박는 것이었다.

2022년 1월4일 포스코는 신설 자회사 정관에 "본 회사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국내외 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단독주주인 주식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제9조 '주권의 상장')을 신설했다고 공시한다.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피해를 보는 게 모회사 주주라면, 모회사 주주들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된 핵심 사업부의 상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 철강 사업 자회사인 포스코의 상장 여부를 포스코홀딩스가 아닌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이 결정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3.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3.1. 최대주주 국민연금 찬성 속 지주사 전환 통과접기


2022년 1월4일 정관 변경은 투자자와 당국을 설득시키기 충분했다. 일례로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방향을 1차로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원종현 위원장은 정관 변경 이후 더벨과 통화에서 “신설 자회사에 대한 상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내용을 정관에 담았다는 점에서 물적분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포스코가 자회사 정관에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상장 여부를 묻도록 하는 내용을 담자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적다며 물적분할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단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반대 의견을 표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 물적분할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기 전인 2022년 1월20일 서스틴베스트는 "국내에서 분할 존속회사가 일반 지주회사(비금융 지주회사)인 경우 물적분할 결과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 회사들에 발생한 디스카운트 규모를 고려할 때 회사가 제시한 주주 친화 정책으로는 주주 손해를 상쇄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대 의견에도 최대주주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고 2022년 1월28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은 통과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1968년 포항제철종합주식회사로 설립된 이후 2000년 민영화 완료, 2002년 주식회사 포스코로 사명 변경 등을 거쳐 창립 54년 만에 새로운 지주사 체제로 변신했다.

2022년 3월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최정우 회장이 '사기'를 흔드는 모습.


3.2.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으로서 첫 일성접기


2022년 1월28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자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그룹 미래 비전에 대한 국내외 주주들의 지지와 확신에 감사드린다"며 "지난 반세기의 도전과 성공을 토대로 포스코그룹 모든 임직원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100년 기업 포스코의 지속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2022년 3월2일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 자회사인 포스코 출범식에서 최 회장은 "오늘은 포스코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포스코홀딩스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룬 성공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주회사는 그룹 전체적인 시각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을 추구하고, 사업회사는 분야별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업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과 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과 인프라 △식량 등 그룹 7대 핵심사업을 꼽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철강 탄소중립 완성 △신(新)모빌리티 견인 △그린에너지 선도 △미래 주거 실현 △글로벌 식량자원 확보 등 5가지 지향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경쟁력 강화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목적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3.3. 첫 포스코 대표이사 '철강통' 김학동 부회장접기


또 다른 관심사는 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여전한 핵심 사업인 철강 사업을 이끌 인물이 누구냐 였다. 2021년 12월10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밝힐 때부터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유력 후보는 철강부문장을 맡고 있던 김학동 부회장으로 김 부회장이 그대로 철강 자회사 대표이사에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김 부회장은 2022년 1월12일 더벨에 "제가 (철강 자회사 대표이사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지주사 출범일이었던 2022년 3월2일 김 부회장은 철강 자회사인 포스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같은 날 열린 포스코 창립총회에서 김 부회장은 "수소 수요확대에 대비한 부생수소 생산체계 구축, 친환경 자동차 수요증가에 대응한 전기강판 설비 신설 등 미래선도사업에 맞춘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로 지역사회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하며 함께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2년 3월2일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부회장)이 취임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3.4.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 지주사 본사접기


2021년 12월10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뒤 세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지주회사 주소지'였다. 지주사 역할은 사업 기획과 자회사 관리, 투자자 관리, 그룹 전반 리스크 대응 등 판매와 생산 업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주사를 포항과 광양 등 생산 현장이 있는 지역에 둘 필요성이 낮았다.

실제 2022년 3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전환한 뒤 포스코홀딩스는 주소지를 서울로 뒀다. 이렇게 되자 포항 시민과 지역 정치인, 지역 언론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포항 지역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2022년 8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과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의 '포(PO)'는 모태 지역이자 고향인 '포항(Pohang)'의 앞 글자다. 사명에서부터 포스코그룹이 어디에서 탄생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항 시민들의 포스코그룹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도 크다. 본사가 있는 포항시에 대규모 세금을 내기 때문에 포스코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만큼 본점 소재지 이전 문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회가 결정을 한 차례 연기하는 등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2023년 2월20일 포항으로의 주소지 이전 안건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2023년 3월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이 가결되면서 포스코홀딩스 본사는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갔다.



4. 아직 끝나지 않은 지배구조 개편



4.1. 뛰어오른 시가총액, 지속가능성은접기


최정우 회장과 회사 측이 지속해서 밝혔듯이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를 설립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기업가치 제고'다. 달리 말하면 현재 주식시장이 선호하는 투자 영역인 이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미래 소재 사업을 포스코그룹이 집중하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2023년 6월 현재 목표는 달성했다. 2023년 6월14일 종가 기준 포스코홀딩스 시가총액 순위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위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한 2021년 12월10일과 비교하면 네 계단 뛰어올랐다. 주당 가격으로 보면 2021년 12월10일 28만1500원에서 2023년 6월14일 39만1500원으로 상승했다.

또한 눈에 띄는 점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판매하는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의 시가총액이 12위로 크게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2021년 12월10일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 순위는 40위였다.

앞서 2023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대기업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포스코그룹은 재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기준 자산총액이 13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96조3000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위였던 롯데그룹을 제쳤다. 포스코그룹이 공정위 기준 재계 5위에 오른 건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대대적으로 미래 소재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하겠다는 점을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미래 소재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관련 사업 부문에서 실적도 향상되고 있다는 점 등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4.2. 수소와 니켈 사업, 추가 물적분할 계획접기


지주사를 설립했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추가 물적분할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지주사 설립이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목표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수소와 니켈 사업 부문도 철강 사업 부문처럼 물적분할해 별도의 사업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2022년 1월5일 공개한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과 2030 중장기 성장 전략' 보고서에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서 "향후 수소, 니켈 등 주요 신사업의 분할 시에도 비상장 원칙을 유지할 방침이며 그룹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은 지주회사가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증자 필요시에도 자회사 상장이 아니라 지주회사 유상증자를 우선해 지주회사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포스코홀딩스는 전통 소재인 철강에서부터 미래 소재와 원재료인 이차전지와 수소, 니켈, 리튬 등을 모두 다루는 소재 전문 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4.3.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합병접기


분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에너지와 자원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2022년 8월12일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과 수출 터미널, LNG운송선, 트레이딩 등 업스트림과 미드스트림에 해당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포스코에너지는 수입터미널과 LNG발전, LNG선박 시운전 등 미드스트림 일부와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합병으로 벙커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발표 이후 5개월 만인 2023년 1월1일 공식 합병했다.

4.4. 일각의 또다른 기대: 알파벳과 구글 모델접기


포스코그룹 지주사 전환의 특징은 '특정 사업부의 물적분할 후 비상장사 유지'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지주사에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업가치가 중복 계산돼 저평가 받는 '더블 카운팅(Double Counting)' 우려를 잠재우고 지주사 전환의 목표인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23년 6월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총 5개의 상장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DX(옛 포스코ICT) △포스코엠텍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차전지 소재와 에너지 등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철강 자회사, 향후 물적분할해 설립할 수소와 니켈 자회사를 비상장사로 유지해도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더블 카운팅' 우려를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국내 재계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알파벳과 구글 모델'의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글(Google)은 2015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구글은 알파벳의 자회사다. 과거 구글의 자회사들도 알파벳의 자회사가 됐다. 지주사인 알파벳을 중심으로 핵심 자회사인 구글을 포함해 여러 자회사가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구글이나 다른 자회사의 성장에 공감한다면 알파벳 주식을 사야 한다.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그대로 지주사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를 포스코홀딩스에 기대하는 셈이다.

물론 자회사 중 하나인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이 2023년 6월 현재 10조원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수조원이 소요되는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추진하기 쉽지 않다. 이같은 계획이 이뤄지면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공감하는 투자자가 포스코홀딩스에 투자할지, 포스코퓨처엠에 투자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자회사 기업가치가 지주사에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지주사 체제 전환 목표와 부합한다.

5. 지주사 전환 '첫 단추' 꿴 최정우 회장의 퇴장



5.1. 조기에 끝난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도전접기



2024년 1월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 절차를 총괄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최정우 회장을 제외했다. 후추위는 지원서를 제출한 내부 후보에 대한 1차 심사를 진행해 다음 단계인 '평판조회 대상자' 8명을 선정했다. 여기에 최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최 회장이 지원서를 제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을 들며 최 회장이 3연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후추위 결정으로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은 조기 종결됐다.

5.2. 임기 다 채운 유일한 회장의 유산접기



3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회장사(史)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바로 임기를 다 채운 회장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간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정권교체가 아니더라도) 1명도 빠짐없이 1년 이내에 교체됐다. 연임이 결정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더라도 예외없었다.

이런 역사 때문에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정우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건 당연했다. 2022년 말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과거 공기업이었던 KT의 CEO 선임 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면서 이러한 전망에 더욱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은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공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수 경제인과 동행항 해외순방에 최정우 회장을 제외했지만, 추가로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최 회장은 큰 무리없이 두 번째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2018년 7월 최초 선임된 최 회장은 2021년 3월에 연임에 성공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을 지주사로 탈바꿈했다는 점에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특히 지주사 전환으로 미래 사업인 이차전지 소재와 이를 책임지는 포스코퓨처엠 등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기업가치를 향상시킨 점은 최 회장의 손꼽히는 성과로 인식될 전망이다.



6. 회장 선임 절차 개선과 '철강통'의 귀환



6.1. 회장 선임 절차 5가지 변화…방점은 '독립성 확보'접기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가 관심사였던 2023년 12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포스코형 신(新)지배구조 개선안'이라는 이름 아래 회장 선임 절차에 변화를 줬다. CEO를 선임할 때마다 반복되는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 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이다. 회장을 선출하는 주체가 현직 회장 등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둔 시도로 이해됐다.

크게 5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현직 회장의 연임을 우선 심사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와 상관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하도록 했다. 현직 회장에 대한 우대조건을 없앴다. 이에 발맞춰 신임 회장 후보군을 발굴·관리하는 '승계 카운슬'도 자연스럽게 폐지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로 관련 기능이 계승됐다.

다음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가 발굴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외부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후추위는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의 평가를 회장 후보 심사에 반영한다.

세 번째는 회장 후보군의 자격 요건을 구체화하고 사전 공개해 대외적인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 요건으로는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윤리((Integrity/Ethics) 등 다섯 가지 항목이다.

마지막은 실력 있고 유망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육성과 공정한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가칭)'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한다.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는 사내 회장 후보 육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내부 후보군과 주주 추천, 서치펌을 통해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을 상시 발굴하고 관리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출처=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6.2. 후추위의 선택, 장인화 전 사장접기



2024년 2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선택은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었다. 장 전 사장은 2018년 최정우 회장이 선임될 때 최 회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때 이미 검증이 상당 부분 이뤄진 인물이다.

1955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 학·석사, 미국 MIT대 대학원 해양공학 박사를 졸업한 장 전 사장은 포스코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인 2021년에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있었다. 장 전 사장은 2011년부터 약 10년간 △포스코 신사업실장 △포스코 신사업관리실장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겸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사내이사 △포스코 철강부문장·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 전 사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사업인 철강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되지만,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현재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에 대한 업무 경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부회장이 선택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변없이 포스코그룹과 철강업을 잘 알고 이사회 경험도 풍부한 장 전 사장이 낙점됐다.

아울러 장 전 사장의 회장 선임은 '서울대와 철강통'의 복귀로도 이해된다. 최정우 회장을 제외한 전임 회장들은 모두 서울대를 졸업한 현장 또는 연구개발 부문 출신이었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경력을 재무 부문에서 쌓은 최 회장이 특이한 사례였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을 회장에 선임하면서 다시 서울대와 철강 부문 출신 인물로 돌아왔다.

(출처=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6.3. 장인화 '회장'에 대한 평가와 과제접기



장 전 사장은 2024년 3월21일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대표이사·회장에 선임될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2024년 2월21일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장 전 사장을 대표이사·회장에 추천하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사회는 "생산기술, 연구개발, 신사업, 투자, 마케팅 분야를 폭넓게 경험한 경영자로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리튬 등 이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신사업 구축과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포스코 철강부문장과 대표이사로 철강 사업을 리딩했을 뿐 아니라 신사업 분야에 대한 기술적 인사이트와 다양한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경영을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장인화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후추위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 전 사장의 과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철강사업 경쟁력 회복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개편 지속 추진 등이다.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2023년 3분기 누계 연결기준으로 12%(2713억원) 감소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반등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경쟁이 치열한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도 중요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포스코퓨처엠이 해당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만,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출자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4년 2월 현재 포스코홀딩스가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수소와 니켈 등 첨단소재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분할하는 등 사업 재편을 동반한 지배구조 개편 후속 작업도 장 전 사장의 몫이다.
  • [1] 연간 첫 번째 거래일 기준으로 1996년부터 2015년까지 포스코의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6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6위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2016년 20위로 떨어진 뒤 2017년 9위, 2018년 5위, 2019년 10위, 2020년 10위, 2021년 15위, 2022년 13위로 '톱 10' 밖으로 밀려났다.
  • [2] 한편 기업분할의 또다른 방식으로는 인적분할이 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가장 큰 차이는 신설 회사의 주주 구성이다. 인적분할에서는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의 주주 구성이 같다. 물적분할에서는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완전 모회사다.
  • [3] 금융당국의 이러한 규제로 자금 조달 측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으로 SK온이 꼽힌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이 2021년 9월 이차전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하지만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규제와 시장 환경 악화 등으로 계획한 대로 상장을 하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단 높은 성장성을 무기로 2023년 6월 현재 1년간 약 10조원을 끌어모았다.
  • [4] 2000년 정부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 작업이 완료된 후 포스코 회장은 새로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약 1년 만에 모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더라도 예외없이 모두 퇴진했다. 이는 민영화에도 포스코가 여전히 '정치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2023년 6월 현재 최정우 회장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은 2024년 정기주주총회까지다.
  • [5] 2020년 10월 서스틴베스트는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회사가 택한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해 소수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 [6] '주소지 논란'은 포스코홀딩스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주사 설립 이전인 2022년 2월26일 포항시와 포스코 등은 2023년 3월까지 포스코홀딩스 본사 주소지를 포항으로 옮긴다는 내용 등을 담의 합의서를 작성해 공개했다. 하지만 2022년 한 해 동안 포스코홀딩스가 본사 주소지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포항 지역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반발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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