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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장이 인정한 조달전문가

이경주 기자  2023-04-24 07:41:19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만들고 있는데 올 1월 삼성SDI와 40조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농후한 성장성을 드러냈다.

주식시장도 뜨겁게 반응했다. 이달 21일 기준 시가총액은 29조3973억원이다.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 4월 21일 기준 시가총액은 10조702억원이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시가총액(이달 21일 33조4902억)마저 뛰어넘을 기세다.

다만 대다수 2차전지 관련기업들이 그렇듯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포스코그룹 전체 연간 영업이익이 2021년 기준 8조원 수준이다. 같은 해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1216억원으로 기여도가 1~2%에 그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58억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크지 않다. 그런데 포스코퓨처엠이 벌써 그룹 전체 시가총액(약 70조원)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내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현금이 필요하다.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2020년 2455억원에서 2021년 5622억원, 지난해는 6659억원이다. 올해는 8000억원대가 예상된다.

그런데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EBITDA)은 가장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에도 2581억원에 그친다. 투자규모가 버는 돈의 3~4배다. 이미 빚이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차환규모(1.4조원)를 넘는 자금을 향후 수년 간 조달해 내야 한다.

아마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최근 투자은행(IB) 관계자에게 들은 말인데 최정우 회장은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에게 이 과제를 맡겼다고 한다. 올 초 포스코퓨처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취임한 윤덕일 부사장이다.

윤 부사장은 최 회장이 포스코 CFO이자 대표이사로 일했던 2017년부터 재무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재무실장은 조달 총책임자다. 최 회장이 직접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에 있었다. 윤 부사장은 2021년 말 지배구조 개편으로 포스코가 사업회사(비상장 포스코)와 지주사(포스코홀딩스)로 나뉜 직후 비상장 포스코 초대 CFO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재무실장(2017~2019년)을 맡았던 시기 포스코는 원화채 2조원, 외화채 1조원 규모를 발행했다. CFO를 맡은 시기(2022~2023년 초) 비상장 포스코는 원화채 8000억원, 외화채 3조원 어치를 찍었다. 트렉레코드에서 그를 따라올 인물이 그룹 내 현직에선 없다.

특히 소통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 IB의 평이다. 일반적인 대그룹 CFO들은 조달안에 대해 검토와 결재만 하는 경우가 많다. 위계를 중시해 IB들과 스킨십도 대다수 하지 않는다. 반면 윤 부사장은 국내외 기관투자가 미팅에 직접 참석해 질의응답을 소화한다. 올 초 포스코퓨처엠으로 인사발령이 났을 당시에도 해외에서 IB들과 함께 외화채 NDR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시장과 투자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깊이가 다르다. 최 회장이 적임자로 ‘낙점’한 배경이다. 윤 부사장이 자금이 필요한 고비 고비 어떤 해법과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이미 데뷔전은 성공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은 1500억원 모집을 위한 공모채 수요예측을 했는데 1조원 넘는 수요를 모아 증액발행(3000억원)을 결정했다. 배터리업계 최초 한국형 녹색채권(K-택소노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회사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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