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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파워 네트워크

이사회 단골 '서울대 로스쿨 교수'…유대감 끈끈

②로스쿨 교수 4명 중 1명 사외이사 이력…명예교수도 여전히 현직 이사회 멤버

이돈섭 기자  2024-10-23 08:32:36

편집자주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사람이다. 어떤 이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역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벨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간 네트워크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어떤 요소들이 기업 이사회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한민국 이사회에서 단연 최대 학맥은 서울대학교다. 많은 기업들이 재무와 회계, 경영, 법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대 교수를 기용하고 있다. 재무와 회계 분야의 경우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교수들이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법조 분야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 약진이 단연 눈에 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들은 대개 판사와 변호사 등 활동 이력도 갖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4명 중 1명꼴로 기업 사외이사 활동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오랜 기간 꾸준히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 몸을 담아왔다. 이 중 상법을 전공한 교수 비중이 가장 높았고 국제법과 금융법 등에 특화한 교수들도 있었다. 대부분 서울대 학부를 졸업해 선후배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점도 주요 특징이다.

◇ 로스쿨 교수 4명 중 1명 사외이사…서울대 선후배 연결고리

현재 서울대 로스쿨이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고 있는 전임교수와 명예교수, 비전임교수 등 법대 교수는 도합 88명이다. 이 중 20명에 해당하는 교수들이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험을 갖고 있거나 현재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로스쿨 교수 4명당 1명이 기업 이사회에 진출해 활동하는 셈이다.

총 62명으로 구성된 전임교수의 경우 구체적으로 정교수(42명)와 조교수(7명), 부교수(1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교수와 부교수 중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는 한 명도 없었고, 정교수만 현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정교수 중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과거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정교수는 13명(31%)으로 집계됐다.

현재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임교수는 김화진 노혁준 송옥렬 이우영 이재민 이효원 장승화 정순섭 조홍식 천경훈 교수 등 9명이다. 교수들이 소속된 기업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네이버 등 주요 코스피 상장사였다. 해당 교수들 전공 분야는 상법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제경제법과 금융규제법, 공법, 헌법, 국제법이 각각 1명씩이었다.

이사회 활동 경험이 있는 교수는 허성욱 조홍식 이창희 이원우 교수 등 4명이다. 직전까지 근무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케어젠, YTN 등 비교적 다양했다. 해당 교수 전공분야는 공법과 환경법, 세법, 행정법 등 다양했다. 전현직 사외이사 교수들은 13명 전원 서울대에서 학부를 졸업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나이대는 50대(1970년대생)부터 60대(1960년대생)까지 포진해 있었는데 그중에는 1963년생 법대 82학번 출신이 3명(장승화 조홍식 이원우 교수)인 점도 눈에 띈다. 출신 학과는 법대가 11명, 수학과와 경제학과가 1명씩이었다. 교수들 중 대부분이 서울대 법대 석사를 취득했고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교수는 모두 4명이었다.


◇ 법률 전문가로 기업 러브콜…명예교수도 현직 사외이사 근무 중

사외이사 활동 이력이 있는 교수들은 대개 기업과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이번 정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 김앤장 변호사 출신 송옥렬 교수 경우 국민은행과 금호석유화학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효성화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법률전문가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장승화 교수는 포스코홀딩스와 LG 등을 거쳐 현재 현대차와 제일기획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장 교수는 과거 YTN 사외이사로 활동한 조홍식 교수와 전 LG상사 사외이사였던 이원우 교수 등과 같은 학번 동기이며 현재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인 김화진 교수와 1994년 하버드대 학위를 함께 취득기도 했다.

장 교수의 후배로 역시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율촌 소속 변호사로 근무했던 노혁준 교수의 경우 네오위즈와 KB캐피탈 등에 이어 올해로 3년째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는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진적 거버넌스 체계 수립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언과 법리적 의견'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예교수 이사회 참여 이력도 다채로웠다. 명예교수 23명 중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교수는 모두 8명.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일부 교수가 현직 이사으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2023년부터 KB증권 사외이사로 기용된 김건식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올해 일흔을 맞은 김 교수는 올 상반기까지 평균 82.5%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권오승 박정훈 성낙인 송상현 안경환 양승규 이철수 등 명예교수들이 KCC와 예금보험공사, 대구은행, 하나은행, 농협중앙회, 코리안리, 대한유화 등 여러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학계 관계자는 "과거 서울대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참여가 꽤 활발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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