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켜놓던 녹음기를 끄거나 바삐 움직이던 타이핑을 멈출 때 인터뷰이(Interviewee)는 그제서야 '진짜 이야기'를 꺼낸다. 기자는 이때 취재원 보호와 진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양쪽 모두 외면할 수 없는 게 기자의 의무. THE CFO가 인터뷰이들과의 솔직담백한 후일담을 전하는 '오프더레코드'를 기획한 이유다.
▶며칠 전 한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났다. KT와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정부 입장이 궁금해서였다. 적어도 두 기업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분위기라도 엿보고 싶어서였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두 곳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CEO 리스크'를 맞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만 1년도 지나지 않은 때다.
▶"KT는 알아서 기던데요." 비속어와 함께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새롭게 선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결국 구 대표는 연임하지 않겠다며 자진 사퇴했고 이후 차기 대표로 선임된 윤경림 사장까지 최근 사의 표명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불거지는 KT의 'CEO 리스크'가 또다시 재현된 셈이다.
▶관계자의 불만은 KT가 좀 더 버텨주길 혹은 국민연금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에도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말로도 읽힌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러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국민연금은 '여전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말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어떨까. KT와 달리 포스코홀딩스에선 'CEO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 수면 아래에 있을 뿐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기자와 만난 한 여당 의원은 "KT 문제부터 해결하고 난 뒤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를) 봐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말 그대로 KT 다음은 포스코홀딩스라는 얘기다.
▶이슈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포스코홀딩스에 일본 강제징용 배상금을 출연하도록 했고 포스코홀딩스는 40억원을 결정했다. 기업의 자금을 주주 이익과 무관한 곳에 쓴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한 결정이다. 더욱이 배상 신청자가 늘어나면 출연 기금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은 얌전한가 봐요. 개인적으로는 ISDS감이라고 생각하는데." ISDS는 외국의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투자자에게 국제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국제투자분쟁' 제도다.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49%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를 포함해 국내외 주주들 사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물론 주주 소송감이라고 비판한 당사자가 있는 국민연금도 공개적으로는 비판하지 않는다. 이렇게 익명으로 살짝 불만을 드러낼 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