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의 물적분할을 지지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손을 들어줬던 국민연금공단의 분위기가 묘하다. 무엇보다 최근 선임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사진)이 포스코홀딩스를 콕 집어 지배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분 8.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달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서 본부장은 "포스코(포스코홀딩스)와 KT 같은 기업에서 황제 경영 같은 우려가 해소되려면 지배구조가 건강하게 개선돼야 한다"며 "외부인 참여를 제한하거나 내부인을 차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셀프 연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서 본부장 발언에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앞장서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경영 개입'으로 비추어질 수 있어 극도로 조심해왔다"며 위와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 궁금증을 표했다.
이러한 발언에 이어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 연임을 결정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열릴 KT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연임에 대해 반대 표를 던질 것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이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데 이어 최근 임원 인사로 적어도 사내이사 2명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코홀딩스의 결정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최정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인 전중선 사장 자리에 정기섭 사장을 선임했다. 정 사장 직책은 전 사장이 앉았던 경영전략팀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자리다. 대부분의 CFO가 사내이사를 넘어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된 만큼 오는 3월 주총에서 이러한 내용의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사내이사인 정창화 부사장 자리에 김지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직책은 정 부사장이 앉았던 미래기술연구원장이다. 김 부사장도 오는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이 공개적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 변화를 언급했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지지를 받으며 원활하게 두 신규 이사를 선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1차로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도 정부 입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수탁위 위원은 "서 본부장이 KT와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 변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스코홀딩스 신규 이사 선임에 대한 수탁위 입장은 관련 내용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오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수탁위 위원은 "포스코홀딩스 신규 이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 방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곧 수탁위 위원 상당수가 바뀔 수 있어 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수탁위 위원 9명 가운데 최대 7명이 임기 만료 등으로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탁위는 사용자 추천 3인, 근로자 추천 3인, 지역가입자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캐스팅보트는 이념 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지역가입자 추천 3인이 쥐고 있다. 다만 정부(보건복지부)가 지역가입자에서 올라온 추천 후보군에서 3인을 선택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 정부와 뜻을 함께 하는 인물이 선임되는 구조다.
포스코홀딩스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회장이 교체됐다. 현 최정우 회장은 전임 정부 때 선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최 회장에 대한 지지 여부는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릴 정기 주총에서 신임 이사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로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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