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지난해 12월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에 선임된 정기섭 사장(사진)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이는 선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추천이었다. 과거 포스코홀딩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한 임원 대부분이 사내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전임인 전중선 사장도 2018년부터 사내이사였다.
◇역대 CFO 역할 임원 모두 '사내이사'
포스코홀딩스는 내달 17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기섭 사장을 사내이사에 추천한다고 공시했다. 정 사장 직책은 전략기획총괄로 전임인 전중선 사장의 직책인 경영전략팀장에서 바뀌었다. 다만 재무와 전략, 투자 업무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은 동일하다.
임기는 1년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사내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 매년 평가해 재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 사장도 2018년 신규 선임된 뒤 4번의 재선임으로 임기를 이어갔다.
정기섭 사장을 제외하고 2000년 민영화 이후 CFO 역할을 한 임원들은 김용운 부사장과 최광웅 부사장, 윤석만 부사장, 이동희 사장(향후 부회장 승진), 최종태 사장, 박기홍 사장, 이영훈 부사장, 최정우 사장(현 회장), 전중선 사장 등 총 아홉 명이다. 이 가운데 CFO 역할을 하던 기간에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않은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사내이사뿐 아니라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도 다섯 명이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한 자리에 CFO 역할 임원을 꼬박꼬박 앉혔을 뿐 아니라 회장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동반자로서도 대우해온 셈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포스코에너지(올해 초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 대표이사였던 정기섭 사장이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에 선임됐을 때 사내이사 임기가 올해 3월까지인 전중선 사장의 배턴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됐고, 이번에 그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정기섭 사장 대표이사 선임 여부, 향후 이사회서 결정"
주목해서 봐야 할 점 중 하나는 정 사장이 전 사장을 포함한 다른 CFO 역할 임원들처럼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될 것인가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을 포함해 2~3명의 공동 대표이사진을 꾸려 경영해온 경우가 많다. 전임인 전중선 사장도 최정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였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IR그룹 관계자는 "(사내이사 선출 이후) 정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될 것인가는 향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이사·회장 외에 사내이사 중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여부는 이사회 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정 사장은 사상 첫 '외부 출신'의 포스코홀딩스 CFO 역할 임원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대우그룹 공채 출신으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에 인수될 때 처음으로 포스코와 연을 맺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인 정탁 부회장과 함께 대우 출신 가운데 가장 승승장구한 인물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엔 최 회장과의 인연도 있다. 최 회장과 정 사장은 2014년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부문과 2015~2017년 포스코홀딩스 가치경영센터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약 5년 만에 최 회장과 정 사장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회사 측은 이번에 정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및 포스코에너지 등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구조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기획총괄로서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와 사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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