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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자사주 분석

포스코그룹 '1년차 CFO'들의 상반된 자사주 취득

올초 상장 계열사 6곳 CFO 전원 교체...정기섭 사장·김원희 임원만 자사주 보유

양도웅 기자  2023-10-25 14:31:02

편집자주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기업가치 향상에 자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 소통(IR) 업무를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 안팎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THE CFO가 CFO들의 보유 자사주 규모와 매매 동향 등을 살펴본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초 상장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모두 교체했다. 대표적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퇴임하고 그 자리에 정기섭 전 포스코에너지 사장이 앉았다. 다른 계열사 CFO 자리에도 새로운 얼굴을 등용했다.

'굴뚝 산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포스코그룹에서 CFO들의 위상은 높다. 전원 사내이사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한다. 지주사 CFO인 정기섭 사장은 최정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다. CEO의 경영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만큼 CFO들에게 회사 평가와 평판에 책임을 지우는 셈이다.

◇포스코홀딩스·인터내셔널 주가 상승으로 높은 평가이익

올해 선임된 포스코그룹 상장 계열사 CFO 6명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이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김원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원이다. 정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주식 410주, 김 임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 1350주를 들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31일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받으면서 보유하게 됐다. 포스코홀딩스 현재(24일 종가 기준)는 주가 47만4000원으로 약 7개월 전보다 10만원 이상 올랐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투자자가 유입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정 사장도 4300만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대우 출신'인 정 사장은 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인 대우인터내셔널(2010년 포스코그룹에 매각)에 몸담았을 당시에는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자사주를 최대 3038주 보유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CFO와 대표로 재직한 포스코에너지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정 사장 외에 자사주를 보유한 CFO인 김원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원은 지난 3월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총 자사주 1350주를 취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현재 주가는 6만1900원으로 김 임원이 매입할 당시보다 약 3배 뛰었다. 이로 인해 약 5400만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김 임원은 자사주 취득에 우호적인 편이다. 포스코퓨처엠 기획재무실장으로 근무할 때인 2018년 4월에 장내에서 직접 총 230주를 매입했고, 포스코홀딩스 글로벌인프라사업관리실장으로 재직할 때인 2020년 3월에도 120주를 사들였다.

다른 계열사로 적을 옮길 때 별도의 매도 공시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김 임원이 해당 주식들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가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매입했을 때와 비교해 두 기업의 주가는 현재 각각 6배, 2배 이상 뛰었다. 그간 자사주 투자로 김 임원은 다양한 형태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상여금 제도 도입...CFO 보유 자사주 더 증가할 전망

올해 선임된 다른 5명의 CFO인 윤덕일 포스코퓨처엠 부사장과 김경식 포스코스틸리온 전무, 정경진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원, 허종열 포스코DX 실장, 장원준 포스코엠텍 상무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5명의 CFO는 다른 계열사에 몸담았을 때도 자사주 매입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하면서 기존 1명이었던 CFO를 2명으로 확대했다. 자사주 1350주를 매입한 김 임원은 에너지기획지원본부장,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경진 임원은 기획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 임원은 포스코홀딩스에 몸담았을 때는 자사주 294주를 보유하기도 했다.


상장 계열사는 아니지만 그룹 모태 사업체이자 '캐시카우(현금창출처)'인 포스코의 이주태 부사장은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주식 1123주를 보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포스코홀딩스에서 근무하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자사주를 모았다. 올해 포스코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옮기면서 별도 매각 공시를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에서 자사주 상여금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향후 CFO들의 보유 자사주가 늘어나고 주가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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