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 KPI 톺아보기

이유 있는 '현금 부자' 포스코그룹

홀딩스·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5곳, '현금흐름'으로 CFO 포함 경영진 성과 평가

양도웅 기자  2023-04-12 15:15:18

편집자주

자금 조달과 재무·회계 보고서 작성, 자산 관리와 효율화, 투자자 소통 등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 가운데 기업이 우선순위로 삼은 건 무엇일까. 이는 CFO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다름없다. 단 KPI는 회사 내부에서도 쉽게 공유되지 않는 정보다. 물론 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례'로 상여 산정기준을 뒤집어보는 방법이다. 무엇을 잘해서 상여를 줬다면 그 무엇이 곧 회사가 정한 CFO의 역할과 임무다. THE CFO가 상여 산정기준을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CFO들의 KPI를 유추해본다.
포스코그룹은 재계에서도 유독 보유 현금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경영진의 상여 산정기준에 '현금흐름'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을 이끄는 최정우 회장도 주기적으로 '현금 중시 경영'을 강조한다. 지난해 7월 최 회장은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전사 회의에서 "주요 경영 요소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며 "특히 현금흐름과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출액과 이익만큼 중요한 '현금흐름'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포스코건설 등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 5곳의 CFO를 포함한 경영진의 상여 산정기준은 대체로 유사하다.

먼저 5개 계열사가 사용한 정량평가 요소를 모두 열거하면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활동)현금흐름 △주당순이익(EPS) △주가 △총자산이익률(ROA) △에비타(EBITDA) 대비 부채(Debt) 비율 △시공능력평가액 등 8개다.

상장 여부와 사업 종류에 따라 계열사별로 활용한 정량평가 요소는 다소 상이한 면은 있다. 이를테면 비상장사인 포스코는 주가 관련 지표를 활용하지 않는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평가 요소로 삼는다. 유일한 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을 CFO를 포함한 경영진의 평가 요소로 삼는다.

계열사 5곳이 모두 채택한 정량평가 요소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현금흐름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기본 실적 지표로 기업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목표다. 그런 점에서 현금흐름이 포스코그룹 경영진의 공통 평가지표로 사용되는 점이 눈에 띈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엔 상대적으로 판매와 영업 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금흐름을 풍부하게 하는 데엔 자금을 관리하는 CFO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스코그룹이 CFO들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도 현금흐름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역대 포스코홀딩스 CFO 가운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들도 적지 않다. 전중선 전 CFO도 그랬다.

경영진 평가 요소로 현금흐름을 채택하고 자금 관리를 책임지는 CFO를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하는 등 '현금 중심 경영'을 펼친 결과, 포스코그룹은 재계에서 유동성이 우수한 곳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곳이 됐다. 이는 지금처럼 사업 확대 시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전체 자산 중 현금이 '5분의 1'...유동비율도 200% 상회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현금을 현금및현금성자산과 예금상품, 단기금융상품 등으로 분류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 연결기준)의 보유 현금은 18조6181억원이다. 전체 자산에서 보유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다. 전체 자산의 5분의 1이 현금인 셈이다.

같은 시기 LG그룹의 현금 비중은 10%, SK그룹의 현금 비중은 13%다. 현대자동차의 현금 비중도 10% 내외다. 연결기준으로 보유 현금이 114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현금 비중은 26%다. 이를 고려하면 포스코그룹의 현금 비중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재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그룹은 유동비율 205%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보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2배 이상 많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도 69%로 양호하다. 당장 현금으로 쓸 수 있는 규모도 클 뿐 아니라 단기 상환 부담도 적다.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과 재무 안정성은 포스코그룹이 대규모 사업 확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원천이다. 그룹은 현재 △수소환원제철 △양극재와 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니켈과 리튬 등 이차전지 소재의 원료 △수소 △LNG와 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 △해상 풍력 플랜트 등 친환경 인프라 △바이오 연료 등 7개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하고 있다.

7개 미래 사업을 위해 계획된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조1466억원으로 현재 집행률은 27%다. 사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2025년 내외로 8조2093억원의 투자를 더 할 예정이다. 보유 현금 규모와 재무 안정성, 매년 6조원 안팎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투자 계획도 가능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