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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Q&A 리뷰

'IR 데뷔전' 치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CFO

전임자와 동일하게 사회자 역할만...'업황 전망·HMM 인수' 등 답변은 다른 임원 몫

양도웅 기자  2023-02-16 14:07:18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지난해 말 선임된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사장이 약 한달만에 기업설명회(IR) '데뷔전'을 치렀다. 전략기획총괄은 포스코홀딩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자리다.

다만 전임자인 전중선 사장과 동일하게 정 사장도 발표자와 질의응답자로 직접 나서지 않고 사회자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를 둔 탓에 계열사 임원들도 다수 참여하는 만큼 담당 임원을 통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임자와 동일하게 사회자 역할 한정

지난달 27일 열린 2022년 실적발표 IR에서 정 사장은 본격적인 순서를 진행하기에 앞서 간략한 본인 소개와 함께 포부를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실적발표 IR은 △사회자 모두 발언 △실적 설명과 전망 △시장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등 3개 순서로 진행된다. 일반 대형 상장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사장은 "저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올해부터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을 담당하게 됐다"며 "앞으로 주주 여러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철강과 신성장 사업의 균형 성장을 이뤄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20년 포스코에너지 대표에 선임되기 전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포스코에너지 기획지원본부장으로 CFO 역할을 한 적 있지만, 정 사장은 지금처럼 상장사 CFO로 컨퍼런스콜(전화 회의)로 공개 진행되는 실적발표 IR을 직접 이끈 적은 없다.

(출처=thecfo.kr)


올해 1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된 포스코에너지는 이전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나 다름없었다(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89.02%). 민간 발전사로 수익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까닭에 시장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위 '영업'을 할 필요성도 사실상 없었다. 이런 까닭에 포스코에너지에서 CFO와 CEO로 5년 가량 근무했지만 시장 관계자들과의 접점은 거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들에게 첫인사를 건넨 이후 정 사장은 곧바로 지난해 그룹 실적에 타격을 입힌 '힌남노' 태풍 수습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냉천범람으로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17개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며 "하지만 임직원과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지난 20일 제철소 가동이 완전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4조85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7.5% 감소한 규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철강 시황 악화와 냉천 범람에 따른 포항제철소 침수 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지만 금리 인상과 침수 복구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출처=포스코홀딩스 공시)

◇발표와 답변은 실무 담당 임원 몫..."HMM 인수 고려 안해"

포스코홀딩스 실적발표 IR에서 눈에 띄는 점은 CFO 역할 범위다. 실적발표 IR에 참석한 CFO들은 대개 발표자로 나서 실적 설명과 전망, 혹은 사업 전략을 전달한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한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부사장은 사업 전략의 발표자로 나선다.

이와 달리 정기섭 사장은 철저히 사회자 역할만 했다. 모두 발언에서 간단한 회사 현황을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실적 설명과 전망은 한영아 IR팀장에게 넘긴다. 가장 관심도가 높은 순서인 시장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도 배석한 실무 임원들의 몫이었다. 정 사장은 누가 답할 것인지 정해주는 역할만 했다.

이러한 역할 분배는 다양하게 평가된다. 여러 사업을 하는 회사일 경우 CFO라도 각 사업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임원이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게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 소재와 리튬과 니켈, 수소, 투자 사업 등을 자체적으로 영위한다. 또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처럼 큰 규모의 비상장 자회사를 두고 있어, 시장 관계자들에게 해당 기업을 설명하는 책임도 포스코홀딩스에 있다. 특정 정보에 대해선 관련 임원이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출처=포스코홀딩스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IR 음성파일)

하지만 CFO인 정 사장의 발언량이 지나치게 적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부사장도 시장의 궁금증이 큰 질의에 대해선 직접 답하며 전달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지만, 정 사장의 설명은 모두 발언 이외 순서에서는 들을 수 없다. 이는 전임인 전중선 사장 때도 동일했다. 포스코홀딩스의 기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의 큰 관심사인 'HMM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해 답하는 것도 박영주 전략투자팀장의 몫이었다. 박 팀장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저희들의 중장기 사업 전개 방향하고 HMM 인수는 맞지 않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답했다.

아울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황에 대해서도 자회사인 포스코의 엄기천 마케팅전략실장이 답했다. 엄 실장은 "상반기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수요 회복의 제한 요인"이라면서도 "하반기는 긴축 속도 조절과 각국의 경기부양책, 중국 경기 회복 등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도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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