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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등기이사 점검

HL그룹, 승계 구도 윤곽…딸·사위들 '아직은 미등기'

차녀·맏사위, HL만도서 모두 미등기임원…정몽원 회장은 지주사 포함 4곳서 책임경영

양도웅 기자  2024-03-12 11:24:39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HL그룹(옛 한라그룹)의 승계 구도가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정몽원 회장의 첫째 사위인 이윤행 씨가 주력 계열사인 HL만도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령됐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 둘째 딸인 정지수 씨가 HL만도 상무보로 승진했다. 그간 업계의 관심사였던 승계 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첫째 사위와 둘째 딸 모두 등기임원은 아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문턱은 아직 넘지 못했다. 첫째 딸인 정지연 씨와 둘째 사위인 강인찬 씨는 HL그룹 소속을 근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등기임원도 아니다. 정몽원 회장은 지주사를 포함한 계열사 4곳에서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HL그룹 계열사는 총 13개다. 지주사인 HL홀딩스를 중심으로 아래에 11개 계열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으로 연결돼 있다.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인 지연, 지수 씨가 지분 50%씩을 보유한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는 HL그룹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동일인 2세들이 소유했다는 점에서 포함됐다.

이 가운데 지배주주인 정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계열사는 총 4곳이다. HL홀딩스와 HL디앤아이, HL만도, HL클레무브다. HL그룹을 떠받치는 사업은 크게 토목·건축과 자동차 부품이다. 토목·건축 사업은 HL디앤아이, 자동차 부품 사업은 HL만도를 중심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은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에서 책임경영하며 그룹을 책임지고 있다.


정 회장의 두 딸과 두 사위 가운데 HL그룹에서 근무하는 이는 둘째 딸인 정지수 씨와 첫째 사위인 이윤행 씨다. 지수 씨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HL만도 상무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HL만도가 지난해 미국 법인 'MCA'를 통해 설립한 투자사 'HL벤처스매니지먼트'를 총괄한다. 미국 현지에서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윤행 씨는 현재 HL만도 부사장으로 COO를 맡고 있다. 2020년 HL만도 상무보로 승진한 뒤 2022년 말 지금의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법률 전문가로 HL만도에서 주로 회계와 관리 등의 영역에서 일했다. 윤행 씨는 2010년대 초반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에서 대표이사·회장을 지낸 이재성 씨의 아들이다.

둘은 모두 HL만도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니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등기임원이 아니다. 정 회장은 아직 둘에게 법적 책임까지 지는 역할은 맡기지 않았다. 업계에서 지수 씨와 이씨가 현재 경영 수업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시험대에 있다고 바라보는 배경이다. 지수 씨는 1995년생, 이 씨는 1982년생이다.

첫째 딸인 정지연 씨와 둘째 사위인 강인찬 씨는 HL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연 씨는 동생인 지수 씨보다 일찍 2010년에 HL만도 기획팀에 입사했지만 2012년 결혼한 이후 퇴사했다. 지난해 지수 씨와 결혼하면서 정 회장의 둘째 사위가 된 강 씨는 유명 앵커인 백지연 씨의 아들로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딸과 사위의 보유 지분을 살펴보면, 지연 씨는 HL홀딩스 지분 1.14%와 HL디앤아이 지분 0.26%를 들고 있다. 지수 씨는 HL홀딩스 지분 1.14%, HL디앤아이 지분 0.05%를 들고 있다. 두 딸은 지난해 말부터 HL홀딩스 지분을 함께 늘렸다. HL만도 지분은 들고 있지 않다. 반면 두 사위가 보유하고 있는 HL그룹 계열사 지분은 없다.

정 회장 직계가족 외에 등기임원으로 HL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이는 딱 한 명 있다. 정 회장 처인 홍인화 씨의 남동생 홍석화 씨다. 그는 현재 HL디앤아이에서 대표이사·사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1964년생으로 1955년생인 정 회장보다 9살 연하다. 앞서 HL홀딩스 대표이사도 역임했을 만큼 정 회장과 단단한 신뢰 관계를 맺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L그룹에서는 승계에 대한 논하는 건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며 "정몽원 회장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의 첫째 딸과 둘째 사위는 HL그룹에서 일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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